1. 하염없이 바람이 분다나뭇가지에 매달려바람의끝을 기다리던 종달새,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자리를바람이 지긋 한번 누르고 있다.물통을 지고산을 오르는 노인들이고개를 들 때마다하늘은 회색 빛으로 쏟아졌고잘 건조된 잎사귀가메마른 산을 채우는 동안바람도 젖어가고 있었다청량산 허리에 앉아서한 해를 이렇게 마무리해야 하는이 쓸쓸함은안개가 끼고 바람이 부는12월의 화두2 . 부지런한 직업강철처럼 단련되어 가는 게지복이라시던 아버지촛불을 앞 세워 어둠을 밝히던어느 날의 광화문 네거리 또는,마른 역사책을 펼치면우수수 추락하는 슬픔의 덩어리들물 한 모금 건네주지 않는 비정의도시 한 복판에서아버지, 한 해가 또 저물고 있습니다3. 아이들은 더 이상 무쇠가 아니었습니다엿가락처럼 달디단 맛에 익숙해졌고가슴으로 파고드는 아버지의 얼굴에등을 돌리거나 야멸찬 시선이나 주는돈 아이들로 변해버렸습니다아버지, 잠에서 깨어나첫 새벽 별이 네 별이라고 말씀 주시던,힘없는 나라의 힘은 공부먹고살게 없는 집안에서 체력은 밑천이 되고잘나지도 못나지도 못할 바에는 차라리 된 놈이라도 되라고철옹성 같던 벽을 허물고 던져 주시던이승의 마지막 말씀 한마디안개가 끼고 바람마저 부는12월 어느 날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또밤의 대화 :: 이종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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