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아니다

濟 雲 堂 2002. 8. 31. 17:16
나도 그랬을 것이다저 아이처럼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분명히 오줌을 누었을 것이다나도 그랬을 것이다현재의 내 모습은익명의 어른처럼 보이겠지만아이의 뒤편에 서서그 모습을 바라보는 풍경이어느 누군가와 꼭 닮아 있었을 것이다웃음이 질질 흐른다아니다. 옆으로 새고 있다지금은 밝은 대낮길모퉁이 담벼락에서앳돼 보이는 두 남녀가서로의 어깨 위에고개를 깊이 묻고 있다지금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나도 한 때는 닮고 싶어했던지금은 밝은 대낮오히려 밝은 세상이 두렵게 느껴진다백주에 벌어지는 죽음의 문화들깊은 사랑도뜨거운 눈빛도절대적인 믿음도너무 빛나고 있으므로 더욱 어둡다입안에 단물이 고인다아니다. 달기엔 조금 쓰다
밤의 대화 :: 이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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