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온통 냉동되어 있었습니다나의 심장을 감싸안은 거죽들에 급기야소름이 돋고 바람을 안고 질주해야 했던 낯익은 길들은유리가루를 뿌려 놓은 듯이 하얗게 얼어 있기도 하였습니다조심 또 조심.걸음마를 막 시작하려는 아이에게 주문하듯이 겨울만 되면,내 자신 속의 휘청거리는 존재에게 어른스럽게 점잖이 꾸짖고 있었습니다"미끄러질라. 천천히 달려가라" 고요.'오일 뱅크', 기름 은행(?)기름을 저축하는 곳인지 아니면 기름을 출납한다는 곳인지그저 아리송하기 만한 주유소 간판이 눈앞에 이르자오 천원 어치 양의 휘발유를 주유받았습니다근처에 있는 주유소 중에서 유난히 값싸기도 했지만무척이나 싱그럽고 기운차게 인사를 건네주던 여학생들이 있기도 해서이 삼일에 한번씩 그 주유소에 들르곤 하는데그럴 때마다 간판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늘 풀리지 않은 채구렁이처럼 내려오는 주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그런데 오늘은 그네들이 보이질 않았습니다번번이 들른 때마다 앳된 목소리를 굴려주어 '오일 뱅크'에 대한경직됨을 그나마 누그러뜨린 곳이었는데 난데없이다가오는 우락부락한 얼굴을 보니 갑자기 야릇한 경계심(?)이 생겼습니다"엇그제까지만 해도 여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만 뒀나 보죠?" 물으니,정식 직원으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기름때 절은 장갑을 벗어 젖히며 한 마디불쑥 내던지고는 섀시로 만든 간이 대기소로 급히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걔네들이요? 미친년들이에요. 얼굴 성형 수술 받으러 갔어요!"뚜껑을 여니 엘씨디 모니터가 켜지지 않았습니다. 탁! 탁!대개 이렇게 두드리면 켜지곤 했던 노트북이 오늘따라 먹통이 되어 있었습니다.며칠 전부터는 디스켓을 읽지 못했던 원인도 있고 해서수리점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손님, 이 제품은 요. 본사로부터 부품이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요""어? 이 거 구입한지가 얼마 안 돼는 데... 물론 중고지만...""중고니까 그렇죠! 게다가 요즘은 이런 거 쓰라고 해도 안 써요"오늘은 머리가 푹푹 가라앉는 날이었드랬습니다.밤의 대화 :: 이종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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