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고백

濟 雲 堂 2002. 8. 31. 16:53
세상이 떠들썩합니다마음은 허허로움에 있어좀처럼 내려앉을 줄 모르고알 수 없는 기류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맙니다나의 흔들림의 종말을 기다려보지만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에나의 본성과 육신이 디뎌야할 공간은점점 황폐해지고 미미해져 갑니다발가락이 잘려나가고다리가 잘려나가고허리춤으로 담아댈 식탐의 부조리조차도사라지고 말 판세가 되었습니다언젠가는 머리만 남은 인류의 마지막 기형아로남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나의 흔들림, 그 終言이 듣고 싶습니다.이제까지는, 나와 관련되지 않은 것들이란아무 것도 없다라고 주장해 왔었습니다여전히 그런 신념에는 변함이 없지만,나의 손끝이 뻗을 수 있는 유한함에 늘 굴복하고 맙니다이웃집 서른 넘은 총각이아무도 모르게 제 삶의 끈을 놓았을 때에도나는 그저, 허옇게 부풀어 오른 채 실려 나오는 그의 모습만망연하게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대우 자동차 사태, 또는 장기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하여나의 이웃에 사는 꼬맹이들이 점심시간에운동장의 수돗가만 맴돌다가 수업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단지 몇 명이려니, 얼마 안되려니, 얼마간의 돈이면 되려니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해온 나눔에한 몫 거들면 되려니 했었는데어느새 그 아이들은 전국적으로 5만 여명소위 평범으로 가장한 나의 처지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신체 장애자, 어린이, 창녀, 노인, 정신 장애자...이른바 이승의 삼반(일반<일반인>, 이반<동성애자>)들...나와 관련되어 있지 않은 것은 없다라고 주문해온모종의 강단이어처구니없이 날조된 상념들이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또 확인 될수록나는 점점 가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내 자신이 품어낸 일념과 현실은 그다지 가깝지 않은허구였음을 감히 고백해 봅니다펜타건을 비롯 세계무역센타 붕괴사건으로 미국의 위치는세계 안에서 더욱 명백한 위상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저승으로 돌아간 사람들이많다고 합니다.이와 반대로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이라크를 비롯한 많은중동국가들 사이에서 15만 명을 훨씬 웃도는 아사자들이 속출했던 걸프만 전쟁반군의 아들이라고 구덩이를 파 놓은 채 그 어린것을군홧발로 짓이겨 죽였던 시에라리온의 정부군미국의 악재로 인해 곤궁에 빠진 한국을 비롯한 동남 아시아여러 나라들(목을 빼고 기다리는...)그 이상 알지 못할 악순환은인간의 세상에서 계속 자행되고 있음이 분명해졌습니다나는 인천에서 삽니다인천이라는 命名됨만 다를 뿐어느 누구도 자신을 규정해 놓은 지역으로부터의 삶에서결코 자기 자신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민족의 개념이든, 국가의 개념이든전지구적인 개념이든 간에우리 모두는 인간의 틀 안에서인간적인 사고를 통해 인간으로 살아가야만 합니다요즘은 창세기의 혼돈과 혼란이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에 의해서뭔가 잡을 수 없는 거대한 물고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잡을 듯 싶으면 빠져나가고 잡힌 듯하면 어느 결에 사라지는내 자신에게 불어넣던 주문도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그래서 더욱 더 허허롭습니다이렇듯 외로운 인간의 그늘 안에서잠시 고개 숙여 落漏해 봅니다.과연 나는
밤의 대화 :: 이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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