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학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숙제를 마쳐야 하는
터벅머리 아이들의 어깨 위에
쓰레기 봉투 한 자루씩이 들쳐져
어디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2.
섬과 섬 사이
암회색 갯벌이 게워낸 누런 바다가
가랑이를 벌린 채 드러누워
멀뚱멀뚱 하늘을 기다리고 있다
3.
아침부터 복통을 일으키며
물먹는 일로 하루를 연명하던
한 때는 신도 포기할 뻔했던 사람
아! 똥을 누고 나니 시원하다
4.
"선생! 선생은 어찌 그리 잘 참으시우?
내가 봐도 그 자식 완전 개던데..."
겪어 본 사람은 알지
마음속의 개를 풀어놔 본 사람은...
5.
시간이라는 빠듯한 흐름 속에
떠밀려 가다 보니
여기에 있었던 내가 어느 새,
어제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6.
수풀 속에서 피 뭍은 여자 빤스를 주워 들고
수풀 속에서 가느다란 일회용 주사기를 집어들고
수풀 속에서 수풀 속에서
음울한 웃음 하나 씩 물고 나오는 신포동 아이들
7.
이 시대의 여름은 그렇게 가고
어느 세월의 푸른 녹이 서스럼 없는 꿈으로
다시 지워지게 될 것인가
아! 좋은 꿈 하나 꾸고 싶다.
'밤의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안부두, 황해 배연신굿 (0) | 2000.08.05 |
---|---|
붉은 팥 (0) | 2000.08.03 |
추 씨 아주머니 (0) | 2000.07.29 |
옐로우 하우스를 지나며 (0) | 2000.07.26 |
破市 (0) | 2000.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