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폐허(廢墟), 제물포역 인천대 부근에서

濟 雲 堂 2010. 11. 2. 23:17

 

 살아 있음이,

생존의 숨결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골목의 이마에 붙어 있는 것은

기숙생을 찾는 빛 바란 촌지 

 

나도 한 때

짐승처럼 울부짖었었고

이와 비슷한 골목을 누비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다녔었다

취중의 빈 틈으로

아, 아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나

 

그 내가

무의식 중에 저 허름한

알루미늄 새시를 걷어 찼던 것은 아닐까

 

 

 길은 더 이상 길이 아니었다

꿈을 잃은 사람들이

한 때 꿈을 담아내던 플라스틱 그릇들이

고무 함지박들이 책상이 밥 그릇들이

길을 막아서 스스로 길을 포기해야 하는

저 벽에도

회색 빛 아침 햇살이 스며들었다

 나, 사랑받고 싶었다

너에게서,

누군가의 땀마저 껴안아주었을 흔적이

녹슨 의자에 묻어 있구나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

도리질 해도

너의 흔적을 지울 수 없구나

 빈 자리는 늘 공허했다

그나마 주문이랍시고 몇 푼 안 되는 떡일지언정

그 게 어디냐고 폐허 틈으로

김 펴오르는 저 뚝심을 기억하고 있는

배기량 99cc '시티 100'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빈 자의 가슴을 닮은

오토바이 한 대가 숨을 고르고 있다

 아, 길이다

빛이 보인다

그러나 가로 길

막힌 길도 길이다

희망이 게 걸음처럼 빗겨서 다니는

아, 길이다. 그래도

불 꺼진 유리창 너머

무심히 흘러가는 차들이 보인다

기력을 잃은 가로수가 빈 거리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아침 녘에

허리 구부정한 노인이 따라 오던 개를 힐끗 쳐다보는 풍경

 

모범 이발관은 더 이상 모범 이발관이 아니고

약국도 더 이상 약국이 아니었다

오로지 재개발 상담과

 일그러진 분노만이

거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수고로왔던

수타 장면을 떠 올리며 

짜장면 한 줄 더 정성껏  빨아 당기려는

대학 사 학년 젊은 벗들

검은 욕정처럼

도사리고 있는 한 때의 배고픔은 어디 갔는지

여기,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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