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이,
생존의 숨결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골목의 이마에 붙어 있는 것은
기숙생을 찾는 빛 바란 촌지
나도 한 때
짐승처럼 울부짖었었고
이와 비슷한 골목을 누비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다녔었다
취중의 빈 틈으로
아, 아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나
그 내가
무의식 중에 저 허름한
알루미늄 새시를 걷어 찼던 것은 아닐까
길은 더 이상 길이 아니었다
꿈을 잃은 사람들이
한 때 꿈을 담아내던 플라스틱 그릇들이
고무 함지박들이 책상이 밥 그릇들이
길을 막아서 스스로 길을 포기해야 하는
저 벽에도
회색 빛 아침 햇살이 스며들었다
나, 사랑받고 싶었다
너에게서,
누군가의 땀마저 껴안아주었을 흔적이
녹슨 의자에 묻어 있구나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
도리질 해도
너의 흔적을 지울 수 없구나
빈 자리는 늘 공허했다
그나마 주문이랍시고 몇 푼 안 되는 떡일지언정
그 게 어디냐고 폐허 틈으로
김 펴오르는 저 뚝심을 기억하고 있는
배기량 99cc '시티 100'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빈 자의 가슴을 닮은
오토바이 한 대가 숨을 고르고 있다
아, 길이다
빛이 보인다
그러나 가로 길
막힌 길도 길이다
희망이 게 걸음처럼 빗겨서 다니는
아, 길이다. 그래도
불 꺼진 유리창 너머
무심히 흘러가는 차들이 보인다
기력을 잃은 가로수가 빈 거리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아침 녘에
허리 구부정한 노인이 따라 오던 개를 힐끗 쳐다보는 풍경
모범 이발관은 더 이상 모범 이발관이 아니고
약국도 더 이상 약국이 아니었다
오로지 재개발 상담과
일그러진 분노만이
거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수고로왔던
수타 장면을 떠 올리며
짜장면 한 줄 더 정성껏 빨아 당기려는
대학 사 학년 젊은 벗들
검은 욕정처럼
도사리고 있는 한 때의 배고픔은 어디 갔는지
여기,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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