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날.
모둠 보쌈이 차려진 밥상에서
그녀는
살색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매만지고 있었다
날을 세우거나
뾰족하게 깎아낸 적이 없는
그녀의 오래된 손톱을
도가니 같던 기억
어느 새, 잊었는지
블랙홀 같은 식도로 밀려들어가는
저, 부드러운 隱猪者의 후신들이여
달콤 매콤하게 무침으로 놓인 배추 속
식초에 절인 무 쌈에
연신 젓가락에 포개져
만찬을 채우는 익숙한 생일 상은
연분홍 꽃잎에 쌓여
어둡기만 했던 지난 삼 백 예순 네 날을
어루만져주는 듯해 보였다
생일 그 다음 날.
모든 얼굴에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주입하고부터는
언제부턴가
이면의 이면의 보여짐은
그 이면과 어떻게 다른가
염두에 두는 버릇이 생겨났다.
도시
인간의 집약성과 총체적 이해관계가
핵처럼 분열하고 있는 이 도시에서
삶의 또 다른 이면인 묘지
잠들 무렵이면 한사코
쌀 씻은 뜨물처럼 떠오르는
잠 이후의 고요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을
심심 다짐하는 동안
아침이 밝았다
생일 그 다음 다음 날.
티브이에 얼굴이 나왔다고
잘 나왔다고
얼굴 한 번 더 보자는 사람
여기가 그 집이야 하며
인사를 건내는 사람
뭐, 저런 게 뭐, 볼 게 있다고
허투르게 말 하는 사람 등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냥 스쳐 지나갈 시간 위에
사람들이 말 한 마디 씩
툭, 툭
내 던지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