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새해 인사

濟 雲 堂 2010. 1. 3. 00:06

 

얼떨결에 새해를 맞게 된 것 같습니다

준비된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데

아니, 하나도 준비된 게 없는 데

벌써 새해라니...

 

시큰둥한 새해 아침,

오금 저리도록 매섭게 부는 바람

새우 등처럼 옷깃을 여미고

길을 나서니 거리는 온통 침묵 일색이었습니다

 

광기 넘치던 지난 밤,

마치 개벽이 올 것처럼

흔들어 대고 경적을 울리고 폭죽을 쏘아 대던 월미도

우아한 서양 고전 음악의 선율이

고즈넉한 시립 박물관 석남 홀에 모인 시민들의 목을 칭칭 감아 대던

청량산 혹한의 바람 결은

2009년 12월 31일 구랍 마지막 날을 그렇게 장식했드랬지요

 

새해 아침입니다

순두부처럼 늘어져 있던 대뇌, 중추 신경이

바짝 긴장되는 혹독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물리적인 나이에 한 꺼풀의 허무가 덧붙여졌고요

사랑했던 어른들이 한 줌 부스러기로 남는 게 두드러졌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 아니,

어떻게 하면 경제적 독립과

문화적 풍요와 정치적 안정 그리고

인본적 세계의 혜택을 언제나 누리게 될런지가

무시로 한 해를 장식했던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기 위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 하기 위해서

스스로 벽돌이 되어 견고하게 쌓아 오셨던

지난 날을 일군 어른들의 삶 그 위에

이 순간이 새로이 올려진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늘 준비가 부족했지요

마음이 부족했고 반성의 날마저 무뎌져

잡초 무성히 성근 뒤안길이었음을

늘 후회해 봅니다

다음에 이러지 말아야지...가

또 오늘, 다시 시작 되는 날을 맞았습니다

 

지난 일 년

인천한담을 진득하게 봐주셨던 분들과

바람처럼 혹은 비처럼

생기를 불어 넣어 주셨던 과객 분들께도

진한 인사를 드려봅니다

 

새해에는

...... 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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