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목(都市遊牧)

방물장수

濟 雲 堂 2009. 9. 2. 22:38

 

박물 하나 가득 실은

손수레가

후미진 구도심

만석동 굴다리 아래를

기우뚱 지나간다

 

더위에 지친 거리를

한 차례 훑고 지나간 낙우가

갓길에서

용이 되지 못한 한을 풀고 있을 무렵

 

기우뚱 방물장수가

박물 하나 가득 싣고

쭈꾸미 골목을 향하고 있다

 

바늘쌈지 양은그릇 동동구리무는 아니어도

예나 제나 아낙의 꿈을 잔뜩 짊어진

시대변화의 소사

방물장수

 

핫따마 힘이 엄청 좋시야잉

느닷없는 남도 사투리에

어리둥절

사진 속으로 들어오는 할머니가

찬찬히 눈길을 뿌리고 있었다

 

방물장수는 박물장수였다

마음 속에 이미 한 차례 정리된 채 묵혀 있던

지난날의 기억이

불현듯 21세기로 치달려온 듯

 

늦더위 마저

정신 사납게 정수리를

냅다 찍어버리는

오래된 포구 앞 길

 

온통 중국에서 넘어온 박물들이

현대식으로 치장된 손수레에

무차별적으로 실려 있었다

 

'도시유목(都市遊牧)'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 놀이 3  (0) 2009.09.11
그림자 놀이 2  (0) 2009.09.05
자동차 두 대 풍경  (0) 2009.07.12
들 꽃처럼  (0) 2009.04.06
일본인 소유였던 어느 창고 벽면의 그림  (0) 200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