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부러진 나뭇가지에 넘어질 뻔 했다
나무는 가지가 부러졌어도
목이 부러진 거다
바람에
잎사귀가 떨어졌어도
그러니 나무는
지상 밖으로 나온 몸뚱아리가
하나의 대가리인 셈이다
거칠고 메마른
동안거 어느 산방 아래
오기를 등걸마다 수 놓은
아까시 나무가
단단히 서 있다
나무는 뿌리를 빼 놓고
전체가 대가리라 하지 않았는가
응암산 북록
양지녘은
아직 수련 중
모가지에 매달려
목울대를 핥고 있는
담쟁이 넝쿨의 혓바닥에
아까시 나무들이
젊은 비구승처럼
단단히
서
있다
겨우내
홀로였을
모과
사위듯
허무가 담겨진
검은 비닐 봉투
봄 날에는
지난 흔적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