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바다는, 바다가 그립다

濟 雲 堂 2009. 3. 14. 00:20

 

41798

 

잠들 무렵

아파트 출입문을 드나드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이

어둠의 일부가 되어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을 무렵

 

배달된 우유 팩도

창틀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신문도

모 건강 식품도

어둠의 일부가 되어갈 즈음

도크를 내려다 본다

 

사람이 물이 되고자 했을 때에는

제 자신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이미 깨닳았을 때이다

그런 경험을 여러 번 겪어야

공통언어를 갖게 된다는 것을

 

더 낮아질 곳이 없는

바다가

인천 앞 바다이다

바닷물의 속성상

당진, 군산, 목포, 마산, 삼천포, 부산, 울산

그리고 동해 바다를 생략할 수 밖에 없다

그저 바다, 그 한 몸이기 때문이다

그 바다 또한 인천 바다이므로

 

이제 인천에서는 바다를 만져보거나

안아 볼 수 있는 곳은

지극히 제한된 일부 공간에 불과하다

철책에 가로 막혀 있거나

모 기업의 소유지가 되어 있거나

군 부대가 주둔해 있거나

 

조망할 공간조차도

힘에 부쳐서 육안으로는

자유롭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더 높은 아파트를 올라가야

겨우 먼 바다 일부를

바라볼 뿐이 되었음으로

 

 월미도, 만석동 똥바다

수문통, 송도유원지

인천역 뒤 켠은

소년기의 놀이터였었다

망둥어를 낚았고 고래 헤엄을 연습했던 곳이었다

해질 녘 집으로 돌아와 볼기짝 불거지도록 얻어 터지곤 했던

인천 앞 바다에서 나는 자랐다

근대적 도시의 번화함 그 이면을 두루 헤집고 다녔던

빨빨이 시절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자유공원 정상에서

더는

바다를 바라본다는 게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모 신문사 사옥에 부딪쳐서

신축돼는 모 호텔에

모 운수업체의 우람한 덩지에 가로 막혀서

해안을 따라 전망 좋게 지어진 아파트들의 도열로 인해

더 이상은 바다를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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