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 무렵
아파트 출입문을 드나드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이
어둠의 일부가 되어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을 무렵
배달된 우유 팩도
창틀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신문도
모 건강 식품도
어둠의 일부가 되어갈 즈음
도크를 내려다 본다
사람이 물이 되고자 했을 때에는
제 자신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이미 깨닳았을 때이다
그런 경험을 여러 번 겪어야
공통언어를 갖게 된다는 것을
더 낮아질 곳이 없는
바다가
인천 앞 바다이다
바닷물의 속성상
당진, 군산, 목포, 마산, 삼천포, 부산, 울산
그리고 동해 바다를 생략할 수 밖에 없다
그저 바다, 그 한 몸이기 때문이다
그 바다 또한 인천 바다이므로
이제 인천에서는 바다를 만져보거나
안아 볼 수 있는 곳은
지극히 제한된 일부 공간에 불과하다
철책에 가로 막혀 있거나
모 기업의 소유지가 되어 있거나
군 부대가 주둔해 있거나
조망할 공간조차도
힘에 부쳐서 육안으로는
자유롭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더 높은 아파트를 올라가야
겨우 먼 바다 일부를
바라볼 뿐이 되었음으로
월미도, 만석동 똥바다
수문통, 송도유원지
인천역 뒤 켠은
소년기의 놀이터였었다
망둥어를 낚았고 고래 헤엄을 연습했던 곳이었다
해질 녘 집으로 돌아와 볼기짝 불거지도록 얻어 터지곤 했던
인천 앞 바다에서 나는 자랐다
근대적 도시의 번화함 그 이면을 두루 헤집고 다녔던
빨빨이 시절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자유공원 정상에서
더는
바다를 바라본다는 게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모 신문사 사옥에 부딪쳐서
신축돼는 모 호텔에
모 운수업체의 우람한 덩지에 가로 막혀서
해안을 따라 전망 좋게 지어진 아파트들의 도열로 인해
더 이상은 바다를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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