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수상한 아주 수상한 아침

濟 雲 堂 2009. 2. 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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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깃들자마자

단지, 신새벽 샛파란 허공으로부터

참새들이 출몰했을 뿐인데

우리들 곁에 잠식돼 있던

무의식적 물상들이 느닷없이

저마다 하나 씩 기품氣品을 드러내고 있다

 

어언 18년 째 나와 함께 살아왔던 고물 오토바이 발칸(VULCAN)과

어느 신화의 주인공의 정수리를 찌르려다가 실패한 고드름의 관계와

펼쳐들면 내면 깊숙하게 끄집어 올려지는 울분이 잔뜩 배인 ㅎ 신문과

다달이 수 만원 씩 내야 하는 지방지 신문값 영수증의 냉랭함이 그렇다

 

손잡이가 부재한 칼을 들고 섰는 꼬락서니다

놓자니 아쉽고

쥐고 있자니 혈관을 찌르고

가슴을 쥐어 듣어내고 싶은 욕망이 인다

연실 입방을 찧는 강 아무개에 대해서

죄다 얘기를 늘어 놓지만

정작 조리한 사실관계들로 둘러 쌓인

철거민 얘기와 먹고 살기 어려움에 처한 가난한 세상 얘기들은

명함 한 장 크기의 지면에 옭아매 갇혀 있었다

 

그런 느낌이 아침을 지배하고 있었다

종속과 지배의 부조리한 관계를 알면서도

쌍끌이 그물처럼 바다를 길어 올려야 하는 절박함들이

일상적이어야 한다는 건

고통의 세월이 아닐 수 없다

이마저도 관념화 되는 현실은

인간에게 너무도 커다란 형벌이 아닐 수 없다

 

화구는 달고 사는 사람을 알고 있다

화구畵俱가 아니라 화구火口이다

말 끝에 벌침 같은 독소들을 늘 쏘아대는 가운데

혹독한, 아주 혹독한 이 겨울에서도

당당하게 건재하고 있다

 

안소니 기든스의 말을 도용치 않아도

롤랑 바르트의 문학을 말하지 않아도

하물며 카프카의 부조리 이론을 말하지 않아도

우리들 곁엔 늘 이중구조 나선형이란 원형질의 본능을 떨쳐버릴 수는 없는가

느닷없는 생각이다

 

너무 늙어버린 내 발칸 오토바이

한 때 질주 본능의 끝은 어딜까 하고 무작정 달려보기도 했었다만

이젠 갈아치울 부속품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보니

자연사를 넘어 안락사를 한번 생각도 해봤다

발칸이란 이름 만큼 뜨겁게 타오르는 활화산처럼

마그마를 심장에서 뿜어내며

질주하던 그 시절은 어디갔는지

여명은 여지없고

아침 햇살에 드러나는 겨울의 흔적과 함께

상상으로만 불 꽃을 피우는 늙은 노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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