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달력을 떼어내며

濟 雲 堂 2009. 1. 3. 21:36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마저 떼어냈다

떼어내고 나니

달력 크기 만큼

때 묻지 않은

희멀건 벽

 

일 년 동안 꼼짝없이

벽에 달라붙어 있어

세월의 변통을 빗겨 갔구나

저 얼굴은

 

못에 박혀

그냥 멈춰 있는 줄 알았고

또박또박 지시된 날짜를 따라서

지워 가면 되는 줄 알았던

달력의 배후는

그렇게 무통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떤 날은 눈물이 너무 많았고

어떤 날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어떤 날은 절망이 깊어

먹 같은 펜으로 둥글게 지우고 싶은 날도 있었던

슬픔 많은 나날이었다

 

새해 달력을 받아들어

다시 그 자리에

오롯이 걸어둔다

 

눈물 받아 먹으며 피는 꽃도 분명 있을 테고

피를 빨아 마시며 크는 나무와 구름도

절망도

슬픔도

물론 있을 테지만

 

 

 

 

 

41777

 

 

 

'閑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신발  (0) 2009.01.27
냉혹한 밤  (0) 2009.01.12
불현듯 바다를 보다가  (0) 2008.12.25
2008 인천 근대 문학제  (0) 2008.12.07
별이 참 밝다  (0) 2008.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