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름 간의 장정을 마치고 지쳐버린 심신을
겨우 이부자리에 널어 놓는다
손가락 마디가 붓고 팔뚝이 경련 일듯이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퉁퉁 부르튼 발바닥을 말릴 요량으로
넓직한 등 받이 위에 올려 놓으니
옥신거리던 발가락 열 개가
내실의 마른 기운 때문이었는지
제법 잘 건조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말라가는 것을 느껴가면서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 날 오전 무렵까지
나의 연중 일상에서 오전까지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일 년 중에 서너 차례 밖에 되지 않는다
설과 추석 그리고 양력 새해 첫 날이 그 날이다
그나마 오래도록 잠들머리에 누워 있으면
허리는 또, 왜 그리도 뻐근하던지
그래서 차라리 이불을 박차듯 거두고는
아침 상이 차려질 때까지
뒤설이를 하는데 올 해도 여지 없이 그 짓거리를 하고 말았다
2
벗어 놓은 신발을 보니 지난 보름 간의 지루한 장정의 흔적들이
아침 햇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허연 쌀 가루가 떡이 되어서
솔로 털어내 보지만 여의치 않았다
고생이 많았군, 신발
마음 한 켠으로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를
인증해 줘야 할 것 같아서
사진에 담아 보았다
쌀 한 가마니의 무게를 오롯이 들쳐 맨
두 쪽의 작은 공간에서는
그 간의 열기에 절었을 음습한 냄새가 펴오르고 있었다
아무도 맡지 않는 냄새의 진원지를 탐색하는
후각에는
뭔가 설명 할 수 없는 욕망과 욕정이
말뚝처럼 박혀 있었다
그 음습함이 때로는 부끄럽고 천박하게 느껴졌지만
오늘 아침에는
사타구니 아래로 버겁게 내려 깔리는
소의 그 것처럼
애정 행각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스럽군, 신발
나의 신발이여
고생했군, 나의 신발이여 라고
찬 발싸개론을 노래하기엔
아침이 너무 밝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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