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나의 신발

濟 雲 堂 2009. 1. 27. 12:07

 

41783

 

 1

보름 간의 장정을 마치고 지쳐버린 심신을

겨우 이부자리에 널어 놓는다

손가락 마디가 붓고 팔뚝이 경련 일듯이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퉁퉁 부르튼 발바닥을 말릴 요량으로

넓직한 등 받이 위에 올려 놓으니

옥신거리던 발가락 열 개가

내실의 마른 기운 때문이었는지

제법 잘 건조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말라가는 것을 느껴가면서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 날 오전 무렵까지

 

나의 연중 일상에서 오전까지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일 년 중에 서너 차례 밖에 되지 않는다

설과 추석 그리고 양력 새해 첫 날이 그 날이다

그나마 오래도록 잠들머리에 누워 있으면

허리는 또, 왜 그리도 뻐근하던지

그래서 차라리 이불을 박차듯 거두고는

아침 상이 차려질 때까지

뒤설이를 하는데 올 해도 여지 없이 그 짓거리를 하고 말았다

 

 

 

 2

벗어 놓은 신발을 보니 지난 보름 간의 지루한 장정의 흔적들이

아침 햇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허연 쌀 가루가 떡이 되어서

솔로 털어내 보지만 여의치 않았다

 

고생이 많았군, 신발

마음 한 켠으로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를

인증해 줘야 할 것 같아서

사진에 담아 보았다

 

쌀 한 가마니의 무게를 오롯이 들쳐 맨

두 쪽의 작은 공간에서는

그 간의 열기에 절었을 음습한 냄새가 펴오르고 있었다

아무도 맡지 않는 냄새의 진원지를 탐색하는

후각에는

뭔가 설명 할 수 없는 욕망과 욕정이

말뚝처럼 박혀 있었다

그 음습함이 때로는 부끄럽고 천박하게 느껴졌지만

오늘 아침에는

사타구니 아래로 버겁게 내려 깔리는

소의 그 것처럼

애정 행각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스럽군, 신발

나의 신발이여

고생했군, 나의 신발이여 라고

찬 발싸개론을 노래하기엔

아침이 너무 밝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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