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시간을 비행한다는 것 자체가 고욕이다
고작 한 두 시간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 하는 우리에게 말이다
지도에 한 획을 그어버리면
곧바로 일직선 상에 놓여진 세계이지만
물리적 공간 속에서는
엄청난 공력이 들어가야만
닿는 거리가
알젠틴이다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뤼댜님의 방문 목적의 우선은 막내 동생의 결혼이다
차선과 차차선은 사업상의 볼일이었다
나도 그 우선적 차원에 합류해 볼 요량으로 결혼식에 참석해 본다
그러나
긴급호출과 그 영향력의 무게 때문에
눈 앞에 놓인 수 십가지 먹을 거리를 등지고 물러선다
뤼댜님도 거른 채
정말 궁전 같다
그래서 궁전회관이었을까
서울 하고도 미아리
이십 여 년전 사은회 때 술 마셨던 초라한 동네가 아니었고
수유리 4.19 묘지를 알리는 검은 바탕의 표지판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짜장면의 질기고 긴 면발과
볶은 춘장의 맛깔스런 냄새로
뤼댜님을 꼬드꼈다
인천에 오시라고
인천 역에서 만나
모 짱꿰 집으로 들어갔다
앗참
청량 아가씨가 빠질 뻔 했군
연달아 줄지어 나오는 음식들로
인천에 온 보상이 될 성 싶나 의구심은 들었지만
열심히 드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연실 맛있다고 했다
인천에 왔으니 바다를 봐야 한다고 우긴다
월미도에 제일 먼저 생긴 카페에 들어가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신다
수다도 떨면서
수다
그리고
핸드폰은 바보였다
밥만 먹을 줄 알았지
도무지 제대로 사진 찍을 줄 모른다
내 머리 선에 맞추라고 주문했더니
너무 많이 숙인 뤼댜님
커다란 키가 푹 가라앉아 버려 아담한 모양이 되었다
희미하게 안개처리된 사진이지만
그래도 뤼댜님의 미소는 예쁘기만 하다
요렇게 사진을 남기고 나니
배 아파할 사람들이 무쟈게 떠 오른다
왜, 난 안 불렀냐고 할
갯벌사랑님, 시물라숑님, 혜범스님
성희님 등등
이제 일상 속으로
되돌아간 뤼댜님은
재충전한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낼 것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을 지배할 것이다
찰라의 멈춤을
카오스의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존재의 빛을 쥐고 살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