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나는 영근이 형을 잘 알지 못한다-박영근 시인 2주기에 부쳐-

濟 雲 堂 2008. 5. 12. 23:11

나는 영근이 형을 잘 알지 못한다

술 자리에 앉았다하면

제일 먼저 취하고

제일 큰 목소리로 노래부르다가

제일 서럽게, 이 세상을 향해 하염없이

눈물 쏟아버리고마는 영근이 형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저 꽃이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영근이 형을 늘 불편해 한다

잘 알지 못하므로...

 

 

<취업 공고판에서. 청사.1984>

<대열. 풀빛>

<김미순 傳. 실천문학사>

<지금도 그 별은 뜨는가.창비>

<저 꽃이 불편하다.창비>

에, 또...

<공장 옥상에 올라.풀빛>

그리고,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면

가슴 뭉클해지는

형의 두 번째 기일 날

지난 밤 어둔 신포동 골목 길에서

고래고래 악 쓰듯 질러대던

당신의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에

그 밤

하늘의 별들도 컥컥대며 따라 불렀지

 

저소득층 아이들이 몰려 사는

아니 돈 없고 빽 없는 어른들이 모여 사는 인천시 동구

청소년 수련관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그려대듯

운문이랍시고 마구 써 내려간

삼 백 여 편의 시들을 심사했었지

그 때도 형은 술에 절어

만성이 되어버린 충농증 맹맹한 목소리로

최종 심사평을 읽어내려 갔었다

 

노동판이 곧 법당이었고

시가 기도였던 형

막내 손동혁이가 형!

그 게 뭐야 '꽃들이 불편하다? 내가 불편하다!'며 우스개를 떨어댈 때도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술을

눈물로 노래로 어김없이 토해내고 있었지

 

형은 가고

나는 신포동에 남아

봄 날을 이별하고자 하지만

바람이 그어대는 형의 서러움 같은 차가움이

목젖을 휘돌아 사추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어

 

오줌싸고 싶다

형이 깜깜한 담벼락에 예수처럼 휘갈겨 쓴

알 수 없는 기호로

오줌을 쌌듯이

나도 그 벽 같은 세상에 오줌을 싸고 싶다

그리고 울고 싶다.

 

 

-------------

 

솔아 솔아 푸른 솔아 -百濟. 6

 

                                      (원제)작시. 박영근.  노래 안치환.노찾사 등등

 


부르네 물억새 마다 엉키던

아우의 피들 무심히 씻겨간

빈 나루터, 물이 풀려도

찢어진 무명베 곁에서 봄은 멀고

기다림은 철없이 꽃으로나 피는지

주저앉아 우는 누이들

옷고름 풀고 이름을 부르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부르네. 장마비 울다 가는

삼년 묵정밭 드리는 호밋날마다

아우의 얼굴 끌려 나오고

늦바람이나 머물다 갔는지

수수가 익어도 서럽던 가을, 에미야

시월비 어두운 산허리 따라

넘치는 그리움으로 강물 저어가네.


만나겠네. 엉겅퀴 몹쓸 땅에

살아서 가다가 가다가

허기 들면 솔닢 씹다가

쌓이는 들잠 죽창으로 찌르다가

네가 묶인 곳, 아우야

창살 아래 또 한 세상이 묶여도

가겠네, 다시

만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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