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나고 투박하게 생겨먹은 창문
손가락 한 치 정도가 열려진
그 틈에서
피아노 소곡 '비를 맞으며'가
퉁겨져 나왔다
Kiss The Rain
그랬드랬다.
바람은 스산히 불고
하늘은 끄믈리다가 간헐적으로 빗방울을
허공에 날리기도 했었다
며칠 째 초여름 날씨를 빙자한
공기를 마셔대며
진이 빠져나감을 느낄 무렵
스산한 바람,
모처럼의 비
Kiss The Rain
네모나고 길죽한 아파트 철문이 열리자
검으나 흰 뼈 마디를 지긋이 누르고 있었을
모종의 음계들이 뻣뻣한 몸을 푸느라
상하좌우를 번잡스레 뛰어다니는 게 목격된다
온톤 네모로 만들어진 곽 쪼가리 같은 세상에서
각만 잡고 살아간다는 게 물론 답답했으리라
쪽문을 살그마니 연다
노는 게 방해 될까 봐
천근만근의 몸뚱어리를
침대에 가만히 기대어 본다
惠麟의 연주가 끝났다
Kiss The Rain
그림자처럼 문 밖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뭔가가 내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놓질 않는 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속알머리 없음을 극도로 아쉬워 하는 판에
버팅기듯,
기어이 한 올의 입장료를 지불했다
뒤 돌아본다
검의 무덤
몇 날, 며칠을 붙여 놓고 살았는지
사이 좋게 겹무덤이다
동글동글 찰 떡 같이
따로 죽어도 한 덩이로 살아가자는 호기가
벽에
단단히 붙어 있었다
설령 벽지가 떨어져 나간다 해도
한 덩어리로 죽자는.
ㅋㅋ 또 이렇게 변한 혜린의 방 ^__________^
이젠 하드 아이스크림의 막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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