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쓴 仁川(남의 살)

개나리

濟 雲 堂 2008. 3. 28. 00:34

 

눈 조각 같은 각설탕을

밥뚜껑처럼 생긴 국자에 넣고

연탄불에 올려놓으면

부글부글 끓기 무섭게 주인아주머니는

소다가루를 묻힌 대젓가락으로

휘휘 젖고 있었지.


별이 만들어지고

사람도 그렇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유년의 어느 봄날

길거리에서 처음 깨닫는다.


그 게 그렇게 먹고 싶었다.

아버지 뒷주머니에서 몰래 꺼낸 돈이

얼마나 컸었는지 뽑기 장수 아주머니의 거스름돈이

아버지 손에 되 쥐어지는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지


뒈지게 맞았다.

꽃 대궁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을

개나리 꽃잎들이 널브러지고

종아리에 문신으로 박히느라 기력을 다한 가지들도

껍질 벗겨진 채 나자빠져 있었다


답동 네거리에서

꽃망울을 틔우고 있는 개나리를 본다

열십자로 갈라져버려 향기조차

끌어안고 살 수 없는

서러운 기억들이 노랗게 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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