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사는 외톨박이

알젠티나의 뤼댜님께 -봄 축제에 부쳐-

濟 雲 堂 2007. 9. 21. 00:46

 

어린시절에 

우리나라 땅에서 지구의 중심을 향해

반대편 끝까지 삽질하게 되면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나온다고 했다.


휘둥근 누른 달

명백한 푸른 밤에

나의 배후를 생각한다.


그림자밟기를 하며

뛰어 놀던 신작로처럼

타마구가 깔려 있을까 거기,

나무 전봇대 밑둥치 잘려간

신포동 길에서

희뿌연 소독차 뒤꽁무니를 따라가라고

횟배앓이에 보탬 된다며 등 떠미시던

어머니, 소금 같은 말씀도

거기에 있을까


삶이 정면으로만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걸

나, 그대처럼 알아차릴 무렵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알젠티나의 일개 도시였고

인천은 한국의 배꼽 같은 도시였음을 거기,

우리 삶의 배후


가을이 온다

온 세상이 다

가을이란 외투를 걸쳐 입을 것 같은데

지구 반대편 거기에선

거꾸로 산다고 한다. 


휘둥근 누른 달

명백한 가을밤에

나의 배후가 노크한다.

거기 잘 있수?


ps

알젠티나에선 봄이라 합니다

일전에 선물 드린다고 했지요

우연히 동네 옥상에서 뤼댜님의 ID와 같은 이름의 꽃을 발견했습니다

jazmin 또는 말리화라 부르는 꽃입니다. 향이 특히 좋죠

 

나라 온 땅이 들썩입니다

신 모로, 제주 태풍 피해로, 이상기온으로, 정치 난기류로, 장기간 불 경기로요

지각변동이 일것 같습니다. 조만간...

 

향기나는, 좋은 시절을 바삐 모색해야 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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