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사는 외톨박이

오.공.이

濟 雲 堂 2007. 9. 6. 14:11

 홍예문 위에서 반가운 분들을 만났다

2002년 어느 가을날,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이민에 관한 연구를 하노라 하시며

불쑥 찾아오신 노객들을 무려 5년만에 다시 뵙게된 것이다

간헐적으로 소식을 전하고 전해 받았지만

이렇게 대면하게 된 것은 실로 5년이 지나고 나서였다

연세대를 끝으로 일선에서 한걸음 물러 계신 오인환 교수님과

현재까지 인하대에 재직하시는 공정자 교수님 두 부부가

 도서관으로 찾아 오신 것은 월드컵의 열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였다

 

이 것 저 것 물으시는 게 예사롭지 않았을 뿐더러

지역사 전공자도 아니면서 역사를 꿰뚫는 눈 길에

그저 매료되었던, 그 때의 첫 대면이 새삼스런 추억으로 낚여지는

오인환 교수님과

마냥 새색시 같은 웃음으로 두루뭉실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공정자 교수님은 하와이대학 유학 시절에 만났다고 하시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신다는 게 여간 부러운 게 아닌

두 분을 우연찮게 만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사실 이 두 분에 대해 특별한 찬을 올리고 싶은 건

이런 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 대학 교수라면서, 모 연구자라면서

연구자료가 될 만한 것들을 홍시감 빼먹듯이 빼먹은 후

개인 성과 연구자료로 만들어 놓고는 버젓이 나대는 철부지

연구자들에 대해서 평소 불만이 있었던 차에

코딱지만한 도움 밖에 드리지 못했음에도

참고자료 내지는 도우미 누구누구였음 밝혀주던 마음 씀씀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런 사실을  E대에서 학술 자료를 발표하던 친구로부터

"너의 연구자료를 도움 받았다고" 하더라는 전화를 간접적으로 받은 후여서

흐뭇한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해 왔던 터였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겸손한 분들이란 생각

아울러 "나는 이제 손주나 봅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공교수님의

애교 섞인 말투

 

어쨌든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자고 부탁 드리면서

사진을 박았다

"오.공교수님 제가 두 분의 초상권 좀 침해 해야겠습니다" 하니

"우리가 오히려 이 선생의 초상권을 넘봐야겠노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들 가까이서 놀던 꼬맹이 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하니까

이 광경을 본, 좀 더 멀리 있던 할머니가 와서 찍어 주신다

불안한 맘에 몇 차례 더  찍어 달라 부탁했더니 순히 들어 주신다

오른 손 검지 손가락에 파스를 덧 댄 채였으나, 그런대로 잘 찍힌 것 같았다

 

할머니 왈, "근데, 나 보고 반말 하면서 와서 찍어 달라고 한 겨?"

오.공.이        ^______ㅎㅎㅎ_____^

우리는 그저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 두 분은 노익장을 과시하시 하듯이 <하와이 이민사> 책을 마치셨고, 현재까지도 인천과 하와이를 오가며 활발하게 연구중에 계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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