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변소
내적 갈등의 심화가 조심스럽게 진행된다
애가 끊어질 듯 단절감이 주는 공복과 공복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괴로운 삶일 뿐이라고
모두가 고통의 나락을 위하여 차례로 줄을 서야 하고
일직선상의 흐트러짐이 없어야 예비된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다
간혹 죽도록 괴로운 표정으로 구걸해 보지만 오만상을 능가하는 침묵 앞에
마음씨 고운 눈길을 풀어놓지 않는다
차례가 오고 추락하는 기쁨은 잠시 일뿐
인간이 손을 대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건축물 앞에서
오만과 방종의 헛기침이 야이!, 새끼들아! 니들은 고통을 당해도 싸! 로
들려야 하리! 나는 말해도 들리지 않는 익명에 대한 저주 그 낮은 주문들
포장된 도로
온통 검은 가죽으로 50억 년의 삶을 뒤덮는 유한 괴력은
단란했던 지구의 얼굴을 일순에 검게 만든다.
검은 길. 도상의 삶이 일그러지거나 꿈에 부풀어 있을 때를 막론하고
아스콘이 이르는 고담준론 앞에 머리를 수구려야 했다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굴러가는 것이 결국에는 지배의 영역을 확장하고
종말적인 언어로 들리는 것은 비단 시간의 비명뿐만이 아니다
철없이 놀던 그대의 유아적 삶과 철없이 놀아야 연혁의 정당성이 보장받는
그대의 먼 후일의 또 다른 그대는 돈을 줘야 하거나 목숨을 담보하지 않으면
절대로 지구의 속살을 애무할 수 없다.
마음속에 곡괭이를 들고 있다면 혹시 모른다
늘상으로 파헤쳐 보고 싶지 않은 욕망이 있지 않다면 과연 살 수 있을까?
여섯 대의 거대한 타워 크레인이 오늘도 수도국 산 정상에 그 몸뚱아리를 박고
파헤쳐 내리는 빈촌의 무너뜨림으로 과연 가시적인 행복은 찾아 올 것인가
다시 묻혀, 검고 어두운 희망의 세기로 안내 받을 것인가
나는 핥고 빨아먹고 비밀스럽게 오줌을 싸대는 이 문명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말하여도 들리지 않으리! 천지현황으로 귀의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대하여
그저 조심스럽게 읊조릴 수밖에 없다. 니미럴!
젓가락
배가 고프다
뱃속이 빈 것 같애
배가 아픈 건 아닌지
고픔과 비움과 아픔의 모든 속내를 포괄하는
저 비좁은 꽃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