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31일
아버지와 둘째 형 그리고 내가 사용했던 떡방의 마지막 모습이다.
작은 규모지만 여섯 명의 형제와 그 자손들이
굶주리지 않고 허리 굽혀 남에게 손 내밀어 본 적 없이
경제적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허락된 우리 가족의 배냇공간.
어떤 기계는 40년을 훌쩍 넘어선 것도 있고
어떤 기계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그냥 내버려 둔 기계도 있었다.
버릴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와의, 둘째 형과의 모종의 의리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되는 논리일지언정 그냥 냅두고 싶었고
그 흔적들은 지운다는 게
뭔가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연민의 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면 참 구닥다리 심보를 천성으로 달고 살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돌아갔고
둘째 형도 노쇄의 빗장을 걸어 채울 수는 없었는지라
손 바닥 안에서 흔들리는 끄나풀을 살리는 심정으로
떡방을 이어온지 25년. 드디어,
모종의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보수
아니, 전면 보수
아니 아니, 재개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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