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칼럼

연평도 엘레지

濟 雲 堂 2010. 12. 27. 00:02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연평도가 낳은 시인 기형도의 시「빈 집」에서 발췌한 내용과 닮은꼴이 현재 연평도의 모습이다. 시인에게 이런 상황이 전달됐더라면 안성 천주교묘지에서 벌떡 일어나 한걸음에 내달려 왔을 법한, 긴박하고 서글픈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며칠간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온 선배의 목소리는 가느다란 현의 떨림처럼 상기돼 있었다. 일손을 도우러 가는 참에 친구들과의 소식도 어렵사리 연결돼 그나마 안심했다지만 줄줄이 이어져 나동그라져 있는「빈 집」들의 을씨년스러움을 물리고 배 타고 나온다는 게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라고도 했다.

 

 

 연평도가 역사에 기록되기는 고려시대부터이지만 조선시대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최고의 ‘황금어장’으로 이름을 날린 곳이었다. 조기를 낚는 오뉴월 무렵 수천 척의 배에 수만 명이 입항할 정도였고 ‘파시’를 겸할 정도로 분주했던 곳의 대명사였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 황해도 해주목조에 ‘석수어는 주의 남쪽 연평평에서 나고 봄과 여름에 여러 곳의 고깃배가 모여들었다’는 기록이나, 일제 통감부가 작성한「한국 수산지」에 ‘조기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하는 어류의 하나인데, 관혼상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품’으로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연평도가 얼마나 성황을 이뤘던 곳이었는지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분단이 되면서 황망하기 이를 데 없는 조업권역이 설정돼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경계선 내에서 불안한 조업은 오늘날까지 이어졌고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떠안으며 부표처럼 존재해 왔던 게 현실이 되었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통하는 이 일대가 상징하는 것은 유기적인 퇴적물과 한반도의 지리적 교착점이 일궈낸 맛난 ’조기’와 달디 단 ‘꽃게’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인류 최후의 분단국이라는 현실 속에서 살상무기들이 대립각을 세우며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는 민족끼리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만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교육받고 태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챠이’라는 친구가 불현듯 질문을 던진다. “요즘 근황을 통해 볼 때 자네 나라는 고립돼 있는 섬 같다”고 했다. 다국적 상황을 몸소 체험한 친구의 감각적 언사는 둘째 치더라도 한반도를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경제인의 시각에서 답답한 상황으로 보였음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미 대만과 중국의 경제인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고 가열차게 경제적 약진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꾸로 가는 시계 바늘을 보는 것처럼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던, 이번 사건에 대한 이상동몽(異牀同夢)이었다.

 

 

 연평도에 대한 기원은 곧 한반도 전체의 바람과 같은 맥락이며 개인적 입장과 맞물려 평화와 일상적 삶의 회복이 빠르게 진척되길 바라는 마음은 온 국민의 소망이다. 포격사건 이후 미 항모의 훈련, 다시 복합적 군사 훈련 등으로 상황이 도출되다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불길한 심사가 드는 게 아니다. 무엇이 해법이고 정답이라고 말 할 수 없지만 우선적으로 전의가 해체되어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금번 연평도(延坪島) 포격사건을 통해 조심스럽게 연평도 지명을 사리어 연모할 연(戀) 화평할 평(平) 자를 대입해 본다. “꽃으로도 사람을 때리지 말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느 때 보다도 갈망해야할 단어가 아닐까 싶어서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예수 탄생에 대한 넘쳐나는 축하 문구들이 혹한의 거리를 훈훈하게 장식했다. 특히 불교계에서 솔선하여 축하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았다. 사람과 종교와 정치가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참삶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듯이 다가올 신묘년은 도탑기 그지없는 따사한 순풍이 무진장 불어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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