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다만, 어떻게 하든
좌회전 신호를 받아
이 길을 건너가고 싶었을 뿐
이미 한 그루 은행나무는
바람에 쓰러졌고
현수막이 대신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신호을 받은 스쿠터는
불과 오십 여 미터를 외줄 타듯
미끄러지고 있었다
경비실마저 오른 쪽으로 눕고 말았다
번듯하게 아파트 차량 출입을 제한했던
차단기가 두 손을 번쩍 든 채
흔들려 가눌 수 없을 지경의 핸드폰 속으로
흔들린 채 박혀들었다
골목에 주차돼 있던 차들
그 위를 넘어 여지 없이 나동그라진 채
구겨져 버린 나무들
더 이상 추스릴 수 없을 지경으로
분해되어버린
유리문
나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누워 있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쓰러진 나무를 마음에
다시 심는 일
유년의 재판소 자리를 굳세게 지키고 섰던
오동나무
이를 어째, 발만 동동 구르던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차마 봐서는 안 될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부끄러운 속 살이
길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다
프라피룬이
멋진 노을을 황해에 남겨 놓고
한반도를 무심히 떠났을 때
어머니는 길병원 심장센터에 누워계셨었다
매미가
전국을 들썩거리며 울어제낄(젖힐) 때
무거운 어머니를 들어 안고 있을
세 분의 형님의 팔뚝에서
기계음 같은 분절음을
인천에서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곤파스
내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