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프라피룬, 매미 그리고 곤파스

濟 雲 堂 2010. 9. 2. 23:13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다만, 어떻게 하든

좌회전 신호를 받아

이 길을 건너가고 싶었을 뿐

 

이미 한 그루 은행나무는

바람에 쓰러졌고

현수막이 대신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신호을 받은 스쿠터는

불과 오십 여 미터를 외줄 타듯

미끄러지고 있었다

 

경비실마저 오른 쪽으로 눕고 말았다

번듯하게 아파트 차량 출입을 제한했던

차단기가 두 손을 번쩍 든 채

흔들려 가눌 수 없을 지경의 핸드폰 속으로

흔들린 채 박혀들었다

 

골목에 주차돼 있던 차들

그 위를 넘어 여지 없이 나동그라진 채

구겨져 버린 나무들

 

더 이상 추스릴 수 없을 지경으로

분해되어버린

유리문

 

나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누워 있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쓰러진 나무를 마음에

다시 심는 일

 

유년의 재판소 자리를 굳세게 지키고 섰던

오동나무

이를 어째, 발만 동동 구르던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차마 봐서는 안 될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부끄러운 속 살이

길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다

 

프라피룬이

멋진 노을을 황해에 남겨 놓고

한반도를 무심히 떠났을 때

어머니는 길병원 심장센터에 누워계셨었다

 

매미가

전국을 들썩거리며 울어제낄(젖힐) 때

무거운 어머니를 들어 안고 있을

세 분의 형님의 팔뚝에서

기계음 같은 분절음을

인천에서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곤파스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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