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칼럼

도가니에 불을 지피며

濟 雲 堂 2009. 12. 7. 00:54

 꽃 피고 새 울음소리 가까이 들리면, 거친 나뭇가지 등걸에도 새 잎 돋아나 여름 혹서를 감내할 내성이 키워진다는 걸 나무에게서 배운다. 찬바람 눅눅하게 끄물거리는 겨울하늘, 이제는 눈 소식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애오라지 내 삶의 처처를 넘나드는 시방 공간에서 자연의 대원칙이 고스란히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따름이다. 자연의 법칙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돌이켜 본 사람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성숙한 인식체계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다보니, 흔들리지 않고 살아왔던 지난 삶 또한 반성의 촉수를 피할 수 없고, 하늘의 뜻을 기려 순항하려는 의지마저 치졸한 꼼수에 지나지 않았음을 불현듯 알아차리고 만다.

 

 인천에서의 삶은 지역적 동질성의 유대와 더불어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공간의 공유는 시민 사회 구성원들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민 사회 구성의 목적은 현실적 행복추구와 미래의 존재적 가치를 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나가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합목적적이고 조리한 목적임에도 방법적 측면에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역사들이 횡행, 시민 사회의 뿌리를 통째로 흔드는 현실을 두고 볼 때, 인천이 과연 살기 좋은 곳인지에 대해 의아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요즘 불거지는 열쇠 말들을 곱씹어 보면, 하나 같이 의사소통과 지역개발 그리고 문화에 관련된 제 문제들이 인천이라는 커다란 도가니에 담겨 있는 듯하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이들 삼색 테제는 같은 질량과 동일한 원소를 지녔으되 음률을 달리한 변주곡에 지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은 동질성을 지향하되 이질적 외형 구조의 입을 갖고 ‘인천찬가’를 부르는 모양새인데, 지휘자가 별 볼일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의사소통, 마구잡이식 지역개발, 권력과 자본에 의해 조장되는 이기적 문화 행태 등의 공통점은 ‘자기화’의 오류를 범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자기화’의 오류를 범하는 본질적 문제점은 이타심이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타심은 존재하되 남에 대한 깊은 배려가 부재하다는 말과 동일하다. 과정과 절차의 문제로 혹은 합리적 사업수행이 어려워 자칫 칼에 스친 듯 얼버무려 가며 추진되는 일체의 인천 개발 프로젝트가 인본주의에 입각했는지, 우리 자손들에게 안정적 자연 환경을 제공하려 했는지, 선택적 자유와 자율성을 충분히 인정한 문화행태인지를 고려하지 않아 상처를 곪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인천의 현실이 우려스러움을 넘어 걱정의 극을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심도 깊은 고려를 배제한 채 추진되는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 개설 문제를 위시해서 인천 내항의 활용문제, 굴업도와 계양산 일대를 골프장으로 만들겠다는 문제, 인천 녹지축의 중심인 한남정맥에 구멍을 뚫어 고속화 도로를 만들겠다는 문제, 송도 신도시와 청라 지구 관련 개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개발 바람들이 인천 전역을 훑고 있는 형국이다. 날 세운 바람을 자주 맞게 되면 얼굴이 긁히고 가슴마저 마른다 했다. 명품 지상주의를 지향하다가 속주머니 홀랑 들어내 먼지 풀풀 날리며 거지 행세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얘기다. 앞으로 이렇게 될지 모른다는 기우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제 문제들이 앞서 거론했던 대자연의 법칙, 인본주의, 성실한 소통,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추구에 대한 기대 등이 선행 조성되지 않으면 희망적인 인천의 미래를 담보해 낼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지나온 세월동안 절치액완의 심정으로 살아온 것을 크게 반성한다고 앞서 말했다. 그럼에 따라 성찰의 고삐를 방치하는 권력자들과 시민 모두가 땅에 드러누운 자존력을 세우기 위해 철저히 반성해야한다는 사실 또한 명백해진다. 인천은 물리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정신을 만들어 내는 운명적 도가니이기도 하다. 우리 삶의 존속을 위한 상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군불 때듯 오래도록 정성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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