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목(都市遊牧)

십자가에 못 박힌

濟 雲 堂 2009. 3. 20. 00:51

 

41800

 

 

술 집에서 돌부처 되기

중광 스님의 꽃 거시기

박충의의 소 또는 목마른 대지

그 한 가운데

못 박힌 채

자궁 밖으로 어둠을 흘리고 있는

사람의 절반을 보았다

 

문득, 브라질 인권센타 정면에 보이는

인디오 예수의 십자가 상이 떠오른다

아니, 비단길을 거쳐

발해국 인근 바윗돌에 십자가를 새겨 넣었다는

먼 옛날 네스토리우스 계열의 어느 무명 선교사의

풀어 헤친 오지랖 사이로 부는 바람

 

강일순과 고 씨 부인

 

증산의 배 위에서

다음 세상의 개벽을 위해

천지굿을 벌였다는 무녀 고 씨

 

공교롭게도

같은 강 씨 성을 지닌 불한당 하나가

이 시대의 또 다른 십자가 위에

처참하게 못 박아버린 여성성

 

술 집

흐르는 물

조병화 시인의 부인

김준 여사가 잠시 잠깐

산부인과를 개원 했던

그 술 집에서

안원섭 씨는 술을 팔고

 

흔해 빠진 시디 플레이어도 없이

틱틱 퉁기는 엘피 판만 틀어 주는데

들려주는 음반의 굴절 위로

옛 얼굴들

 

순식간에 쏱아져 흐르고 있다

 

붉은 핏물 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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