舌 .썰. 說

11월 30일 안부

濟 雲 堂 2008. 11. 29. 23:48

 

41765

 

 오늘,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소매 끝 비좁은 틈과

목 언저리

그리고 바짓가랑이 사이는

유난히 찬 바람의 내왕이 빈번했지요

 

모든 경계에는

이처럼 민감합니다

 

벌써 11월 30일 입니다

12월의 경계선을 긋고 있는 것을

확인하듯이

찬 바람이 무서리칩니다

 

지난 주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쏜 살 같이 흘러갔다 싶어 되짚어보니

죄다 회의와 모임으로 일관했던 것 같습니다

생업에 몰두할 시간은 대략 8시간 정도임에도

별 탈없이 무난한데

겨우 한 두 시간 밖에 차지하지 않는 회의는

일상을 경직되게 만들고 맙니다

 

그 것도 경계선이라면 경계인 셈이죠

여하간에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잘 살아보세~!를 위한 서곡이었고

테마와 변주를 어떻게 덧칠해나가야 하느냔에 대한

자기 확인이었습니다

 

어스름 새벽 길

어느 틈에 비가 와 고였는지

군데군데 암갈색으로 젖어 있었고

웅덩이에 몸을 던진 플라타나스 이파리들의

손 끝이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느닷없이

중국 공장을 폐업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고

얼굴이 못났고 비대해져서

더 이상 이 세상의 여자와는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저 세상으로 떠난 옆 집 총각이 생각나고

아버지는 왜 이름을 간난이라고 작명했는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채소 할머니의 주름이 깊어 보이고

진작에 목사의 길을 걷지 말고

농투성이로 살아 땅의 면목을 좀 더 알았으면 하는

사촌 매형이 생각나고

풍이 찾아와 노구가 더욱 애처롭게 보이는

소록도 수녀 이모가...

 

느닷없이

생각나는

11월과 12월 달력의 경계에서

안부를

묻.습.니.다

 

 

<인천도시 건축전에서 빌린 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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