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소매 끝 비좁은 틈과
목 언저리
그리고 바짓가랑이 사이는
유난히 찬 바람의 내왕이 빈번했지요
모든 경계에는
이처럼 민감합니다
벌써 11월 30일 입니다
12월의 경계선을 긋고 있는 것을
확인하듯이
찬 바람이 무서리칩니다
지난 주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쏜 살 같이 흘러갔다 싶어 되짚어보니
죄다 회의와 모임으로 일관했던 것 같습니다
생업에 몰두할 시간은 대략 8시간 정도임에도
별 탈없이 무난한데
겨우 한 두 시간 밖에 차지하지 않는 회의는
일상을 경직되게 만들고 맙니다
그 것도 경계선이라면 경계인 셈이죠
여하간에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잘 살아보세~!를 위한 서곡이었고
테마와 변주를 어떻게 덧칠해나가야 하느냔에 대한
자기 확인이었습니다
어스름 새벽 길
어느 틈에 비가 와 고였는지
군데군데 암갈색으로 젖어 있었고
웅덩이에 몸을 던진 플라타나스 이파리들의
손 끝이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느닷없이
중국 공장을 폐업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고
얼굴이 못났고 비대해져서
더 이상 이 세상의 여자와는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저 세상으로 떠난 옆 집 총각이 생각나고
아버지는 왜 이름을 간난이라고 작명했는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채소 할머니의 주름이 깊어 보이고
진작에 목사의 길을 걷지 말고
농투성이로 살아 땅의 면목을 좀 더 알았으면 하는
사촌 매형이 생각나고
풍이 찾아와 노구가 더욱 애처롭게 보이는
소록도 수녀 이모가...
느닷없이
생각나는
11월과 12월 달력의 경계에서
안부를
묻.습.니.다
<인천도시 건축전에서 빌린 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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