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避暑

濟 雲 堂 2008. 7. 28. 23:00

 

비지땀을 온몸으로 훔쳐냈던 윗도리가

염전 귀퉁이에 하얗게 말라가던 소금 띠처럼

바삭거리고 있다

 

하얀 곽 쪼가리처럼 보이는 아파트가 곧 흘러내릴 것 같다

초콜릿으로 만든 성당 외벽 아래 한가롭게 머리를 쿠욱 쿡 방아질 하던

비둘기 때도 곧 묻혀버릴 것 같다

 

거대한 반원형 볼록 렌즈에 갇힌 동네가

초점을 잃은 채 이글거리고 있다

더 이상 동공 속에 담아 둘 기력이 소진돼 가는 것 같다

 

일을 마치고

거의 세 시간 가까이 켜 둔 노트북 후미에서는

바람개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살짝 손 바닥을 걸쳐 놓은 노트북의 뱃때기가 뜨겁게 느껴진다

 

다 된 것 같다

뇌피질이 따뜻한 두부처럼 말랑말랑 거리는 게

느껴지고 노랗게 변질된 눈꼽을 연달아 떼내어야 하는

이 시간, 이 시대 여름의 피안으로

아무래도 떠나야 할 것 같다

 

아직도 아니, 여전히 십 수 년째

2천 5백원 받는 목간탕이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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