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펑펑 내리는데 나의 애마가 말썽이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날은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하며
오토바이 가게 주인 배 씨는 멀티 선을 이용해 시동을 걸어주고는
내 곁을 떠나면서 이렇게 내뱉었다.
그리고는 아파트 커어브를 오른 쪽으로 도는 순간
힘없이 팩 자빠지고 만다.
막대처럼 생긴 피스톤이 잔뜩 얼어붙은 제 몽뚱이를 털털털 비벼대며
열기가 발생하기를 기다리는 찰라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에이~ X벌~이란 말이 들려온다
이런 날은
말을 사용하지...와
X벌~ 이란 말을 사용하지...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한 참을 떠돌아 다녔다
해야 할 일 때문이다
그렇게 쏘다니고 나니 모습이 가관이다
눈 속까지 디밀고 들어오는 눈 발이 시리다 못해 따가워서
주변을 돌아보니 알림방 소식지 함에 들어 있는 신문이 눈에 띈다
얼른 모자를 들어 올려 부딪치듯 달겨드는 눈 발의 각도를 신문으로 차단한다
그리고는 목도리를 최대한 둘둘 말아 목과 얼굴을 감싸고는
앞을 잘 볼 수 있는가 없는 가를 확인하고
목적지를 향해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그래서 더 가관이었다
유목, 그 자체가 삶이었고 미래였던 시절이 불현듯 떠오른다
닥치는 공간의 변화와 함께 환경은 유목민들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대치해야할 현실이었을 것이다
긴 머리 휘날리며 말 타기 불편했던 유전적 기억들은
머리카락을 묶게 했을 것이고
굳이 큰 눈이었으면 더욱 불편했을 평원의 추위와 세찬바람은
눈이 작아지는 대세를 막지 못했을 것이고
아울러 찬 기운으로부터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서는
콧구멍이 큰 것은 그리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추위를 잘 견디는 조랑말이 있어 많이 걸을 필요는 있었겠는가
당연히 다리 기럭지가 �아지는 것은 당연한 변화가 아니었을까
나의 변모도 그런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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