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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4일
오늘은 인천 자유공원에서 만국공원 축제가 열렸다
이름도 특이하거니와 내용면에서도 축제라는 이름을 붙여 벌어졌던
여타의 축제 형식과는 다소 파격적이고 기이한 형식의 축제가
자유공원에서 벌어진 것이다.
우선 만국공원 축제라는 명칭상의 독특함이 생소하게 들려질지도 모르나
자유공원의 역사성과 연원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자유공원이
왜 만국공원인지 쉽게 판가름이 난다.
인천이 서방 세계에 공식적으로 개항장임을 선언한 것이 1883년인데
지금의 자유공원을 중심점으로 해서 일본, 중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그리고 이후에 그리스, 러시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나라들의 영사관과 무역상들이 몇몇의 대리무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하고 서울과 전 국토를 대상으로 상거래를 취했던 곳으로서
근대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역사 지리적 중요도와 다국적 기업의 활동이 어느 정도 뿌리내릴 무렵인
1888년에는 고종 임금의 허락 하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공원이
각국공원 또는 만국공원의 영문 표기로 불려지는 외국인 공원이
현재의 자유공원에 들어서게 되는 이력을 갖게 되었다. 매가 비상하는
모습을 닮아 있다 해서 응봉산이라 불려지던 작은 산줄기가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펼쳐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한국전쟁의 전세를 남쪽에 유리하게 이끌었던
인천 상륙작전 감행의 순간을 온몸으로 느꼈을 산허구리는 전쟁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사그라지게 만들어 초목과 부서진 벽돌들이 이 땅의
주인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여하튼 1957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만국공원으로 불렸었고 정확히 맥아더 동상이 들어서는 이 해부터
자유공원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역사의 새로운 줄기가 가지를 뻗어
화개 하듯 모 종의 꽃다발을 꾸미는 작업이 벌어졌는데 다름 아닌
홍예문 프로젝트다. 만국공원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걸고 내비친
이 속내를 유심히 살펴보면 현대의 문화 예술 철학이 변화돼 가는
사조사를 엿볼 수 있을뿐더러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오늘 날 우리 정치에 있어서 무기가 아님을 은근히 드러내주는
특이함으로 나타나 있었다. 특이함이라고 말하는 데에 대한 이면에는
평이함으로 이미 내 안에 자리 잡았던 개인적 열망이 표면화 됐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일 것이다.
삼 년이 넘게 이 녹슬은 맥아더 동상을 지키느라 그야말로
불철주야로 희생을 마다치 않은 이 시대의 젊은 벗들인 전경, 한국
전쟁의 실질적인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
더불어 나라와 민족의 자주와 자존심을 펼쳐보겠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젊은 벗들. 존치냐 해체 또는 이전이냐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민감하게 자유공원을 심도 있게 말하려 했던 적은 일찍이
본 바가 없었다.
만국공원 축제에 대한 개인적 시선은 비교적 너그러웠다.
그 중에 단연 압권은 위 사진에 나타나 있는 생각하는 맥아더였다
작가는 드높이 세워져 있는 무생물을 지상으로 끌어내렸을 뿐만 아니라
지고하고도 견고한 이데올로기적 권위에 대항해 맥아더를 벤치에
앉게 만들어 이데올로기 대립의 난장이었던 광장을 생동감 있는
응시로 연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양자는 우리 곁에 있지만 역시
무생물이고 작가의 처연한 연출을 모리배로 몰아 격하시키고 말았다.
현재는 복원돼 만국공원 광장을 지키고 섰지만 엊그제 밤, 누군가에
의해 다리가 절단되는 사건이 벌어졌던 점으로 보아 맥아더는
여전히 우리의 민감한 부위임을 다시 한번 증거한 셈이다.
향후 15년의 역사 흐름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미지수겠지만
젊은 작가들 모임인 홍예문 프로젝트의 만국공원의 기억 축제
주관은 파격적이다 못해 혁명적이었고 순수로 무장된 예술가의
면목을 보여준 일대의 사건임에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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