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거대한 공백, 이른바 흔들리는 삶에 대하여

濟 雲 堂 2000. 7. 22. 12:26

작은 둔덕일지라도 올라와 내려다보면
올라온 만큼의 높이가
뒤꿈치를 들고 서 있다

내 높이의 근거는 너무 평편하여
이를 데 없이 넓어
작은 산도 가벼이 여기지 않아
결코 바람에 흔들려 본적이 없다

억수 비 내리고
삭풍에 살 무너진 지상의 세월 동안
우리의 언어는 바벨탑을 세우고
울퉁불퉁 불어나는 근육을 채우기 위해
탐식의 순간들을 놓지지 않았다

골수를 뽑아 다듬어 내는 길 위에서
더듬이를 놓쳐 본 일이 없는 거미처럼
나는 다시 집을 짓고
묻어야 할 집을 다시 짓고 있다

발뒤꿈치의 공백은 넓고도 깊다
바람이 멈추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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