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워싱턴 코리안 위클리 칼럼

이종복의 삶앎 -연재를 시작하며-

濟 雲 堂 2016. 1. 5. 17:59

우리말 가운데 의미 분석에 꽤나 골머리를 썩게 하는 단어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람’이란 단어다. 의미와 형태소, 변천과정 등 여러모로 살펴보아 그 원형을 찾아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의 뿌리를 찾는 이유는, 동종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단어의 의미를 알고 쓰는 것과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것의 분명한 차이는, 삶의 방향성과 질을 한 단계 높여준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이라 써도 무방하고 인류, 휴먼, 영장류 등으로 사용해도 괜찮으나, 어디까지나 한자말에서 따왔거나 일본학자들과 영어권에서 정의된 대명사라는 점에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한 모종의 부채감을 떨칠 수 없게 된다. 순우리말이면서 그 출처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그저 먼발치 남의 언어처럼 나몰라 하기엔, 겨레말 가족으로서 언어적 빚을 후세에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사람은 삶과 앎, 즉 ‘삶을 알아가는 존재’적 의미로서 연음순화법칙에 따라 ‘사람’이라 부르게 되었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병신년 새해 벽두부터 아흔아홉 고개를 넘기며 한량처럼 풀어보는 퀴즈 대항전이 아닐 바에야 결론부터 말씀드리는 이유는, 세상이 여유와 유머를 장착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공짜로 선사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겨레말을 공짜로 선물 받았듯이 의미를 찾아내 공유한다는 것은, 삶의 문제를 뼛속 깊이 이해하고 동지의식을 손쉽게 함양할 수 있는 특장을 제대로 살려보자는 이유에 있다. 세계가 만성적인 경제적 곤란과 정치적 불안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점에서 허리띠 좀 더 단단히 둘러매 극복해보자는 의지들이 각을 세우고 있는 즈음이다. 어려울 때일 수록에 의지를 굽히지 않는 호연지기 정신은 제 것을 명확히 이해하고 실행에 옮길 때, 비로소 빛이라는 동력을 생산해내 어둠을 헤쳐나가리라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모두 웃음을 동반한 행복 찾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웃으려면, 가슴을 가진 모두가 조금 씩은 아파해줘야 비로소 행복의 문을 두드릴 자격이 생겨난다. 지금은 아파해줘야 할 시기이다. 곧이어, 웃음 한 보따리 입에 물고 행복의 문을 두드릴 때가 도래한다는 것을 확신하며 살아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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