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만족은 이음동어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민여행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천이 최하위의 관광지로 집계됐다. 다시 가고 싶거나, 타인에게 추천해줄 관광 명소로 제주와 부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추천을 받은 것 외에는 세종시를 뺀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라는 말이다. 차마 필설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감이다. 지난 2011년, 출범 6년 만에 인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천광광공사의 ‘평년작’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평균 이하’ 평가가 그것이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인천 도시 관광 인프라를 조성했다고 호언하던 시 정부와 구.군청을 비웃듯 백일하에 드러난 우리의 실상인 셈이다.
관광은 여행이다. 여행을 인생에 빗대어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기 위한 여행’ 정도로 정리해 보면, 가고 싶지 않은 관광지가 인천이란 말로 연결된다. 관광의 만족도를 끌어내는 주요 요인으로, 일반화되어 정리됐다시피 먹고 자고 즐기고 쉬는(힐링) 것인데, 인천을 여행해본 사람들에겐 만족스럽지 않은 공간이라는 혹평이 불명예스럽게 따라붙고 말았다. 필자의 의견을 논외로 치더라도, <인천시 2030 도시 기본 계획>을 위한 ‘시민계획단’이 제안한 문건의 골격이 ‘사람 중심의 국제문화. 관광도시’를 꿈꾼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최소한의 ‘마실’ 정도 개념인 ‘나들이’도 엄밀하게 말하면 여행의 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가 바깥으로 떠난다는 것은 미래의 ‘나’를 채우기 위해 현재의 ‘나’를 잠시 비운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여행은 자신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자아성장의 비밀이 외부와의 경험을 통해 얻어지고 그것이 여행으로 충족된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천 옛 도심과 신흥개발지에서 추진하는 일련의 관광 관련 사업들은, 전국 ‘평균 이하’라는 오점을 남기고 있다. 베낀 것을 또 베끼고, 포장지만 달리한 채 같은 내용물을 담고 있는 ‘종합선물세트’와 다를 바 없이 일천한 내용 일색이기 때문이다.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과 통영 동피랑, 부산 감천마을의 벽화들, 전국 개항도시 어디를 가나 엇비슷한 개항 기념관과 옛 도심 재생사업들이 그렇다. 화려한 화장을 했다고 얼굴의 원형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본심이 바뀌어야 비로소 사람의 빛과 냄새가 나는 것이다.
결론은 감동이다. 관광 인프라가 아무리 잘 조성돼 있더라도 여행의 끝심을 결정하는 것은 의외로 소박한 것에서 비롯된다. 깨끗한 거리, 안전한 도로, 양보와 질서, 깔끔하게 정비된 집들의 외관, 친절한 마음씨 등등 큰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특히 사람(여행객)을 사로잡는 것은 사람(지역민)이라 하겠다. 외형이 다르고 말씨가 달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온전히 마음뿐이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음식 맛이 입에 맞지 않아도, 잠자리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제공자의 정신과 겸손, 청결 등 노력하는 모습에 진정성이 감지되면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만족도의 깊이가 달라진다손 치더라도 진정성이 가미된 열성의 모습 앞에는 견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차재에 ‘인천관광공사’가 재기한다고 한다. 그간의 관광정책과 상품으로서의 인천에 대하여 내공 깊은 실천의지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만져지는 것과 느껴지는 것 그 이면의 알파에도 마음이 쏟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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