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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2

濟 雲 堂 2008. 8. 4. 23:26

 거북이 등 껍질처럼 납작하게 드러누운 지붕을

제압하듯 너른바위 산 모양의 인천여자 상업고등학교

그 아랫턱에 목이 �은 집들이 나열해 있다

거개가 단칸 방 같은 구조로 만들어 졌는데

어느 한 집에 들어서니 한 여름의 시계추 노릇을 담당하고 있는

꼬추가 힘에 겨웠는지 화분에 꽂아둔 나뭇대에

허리를 기대고 있었다

고추를 꼬추로 써 버린 얄궂은 속마음에는

이번 더위에 대한 모종의 반감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덥다ㅠ;; 

 동굴이 얼마나 시원한지

상상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 사이다

장판을 깔아 놓고 쉴 수 있도록 대충 꾸며 놓은 동굴의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부터 시원한 느낌이 든다

엄밀히 말하면 방공호로 파 놓은 이 굴의 소유는

학교이다. 일본인들이 만든 신사 자리에 파 놓은 것이니 말이다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주인 집 양반의 말에 의하면 당신이 직접 들어가보니

대략 수 백 미터는 족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들어갈 채비는 갖추질 못했다

온통,

 막혀 있었다

아마도 주인 집 양반의 제 2의 창고로 상용하고 있었는지

죄다 집기며 생활 가재 도구들 투성이었다

동굴을 막아서고 있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음습한 냄새와 어릴 적에 내가 제일로 무서워 했던

곱등이 귀뚜라미들이 동굴의 전면에 달라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벽(壁)이다

막힌 것 만이 벽은 아니었다

무형질의 냄새와

언제 튀어 오를지 모를 곱등이들도

내 안서

벽을 이루고 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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