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등 껍질처럼 납작하게 드러누운 지붕을
제압하듯 너른바위 산 모양의 인천여자 상업고등학교
그 아랫턱에 목이 �은 집들이 나열해 있다
거개가 단칸 방 같은 구조로 만들어 졌는데
어느 한 집에 들어서니 한 여름의 시계추 노릇을 담당하고 있는
꼬추가 힘에 겨웠는지 화분에 꽂아둔 나뭇대에
허리를 기대고 있었다
고추를 꼬추로 써 버린 얄궂은 속마음에는
이번 더위에 대한 모종의 반감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덥다ㅠ;;
동굴이 얼마나 시원한지
상상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 사이다
장판을 깔아 놓고 쉴 수 있도록 대충 꾸며 놓은 동굴의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부터 시원한 느낌이 든다
엄밀히 말하면 방공호로 파 놓은 이 굴의 소유는
학교이다. 일본인들이 만든 신사 자리에 파 놓은 것이니 말이다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주인 집 양반의 말에 의하면 당신이 직접 들어가보니
대략 수 백 미터는 족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들어갈 채비는 갖추질 못했다
온통,
막혀 있었다
아마도 주인 집 양반의 제 2의 창고로 상용하고 있었는지
죄다 집기며 생활 가재 도구들 투성이었다
동굴을 막아서고 있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음습한 냄새와 어릴 적에 내가 제일로 무서워 했던
곱등이 귀뚜라미들이 동굴의 전면에 달라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벽(壁)이다
막힌 것 만이 벽은 아니었다
무형질의 냄새와
언제 튀어 오를지 모를 곱등이들도
내 안서
벽을 이루고 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