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사는 외톨박이

아름다운 청년

濟 雲 堂 2007. 4. 24. 00:12

내가 그를 처음으로 기억하는 것은

모 고등학교 특별활동 수업시간이었다

반반한 얼굴에 짦은 머리, 다른 학생들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평범한 키 그리고 멸치처럼 마른 몸매가  그에 대한

첫인상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열 입곱살 짜리들의 생각이 '모'나 '도'로 치부 되어버리기 일쑤인

평범한 나이대 선상에서 그는 한 묶음 단위로 매도되는

그런 청소년이었던 것이다

방과 후, 한번 찾아오고 두번 찾아오고 연이어서 찾아오는 꼬락서니가

예사롭지 않더니만 기어코 십년을 넘기고 올해로 열두 해를 맞게 되었으니

인연이란게 명주실로 여러겹 옭아 붙들어 맨 샅바에 비할 게 아니었다

 

예의 이럴 지경이면

공부는 제대로 하는지, 가족 관계는 어떤지

생각하는 바는 어떤지 등등이 궁금해질 뿐더러

여러 모로 묻고 싶은 게 많아지고

말해줘야 할 것들에 대해서 책임감이 느는 것이 상정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아주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었고

남부럽게 살지는 않았어도 해맑은 성격이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성실한 청소년이었다

 

 

치명적 수술

하늘도 무너져 내릴 듯한 아버지의 죽음

허덕거리는 가계

잇따른 사고

점점 힘이 빠져나간다는 어머니

철부지 같은 누이 등 자신에 처해진 이 모든 상황도

넉살스레 웃어 넘기는 배포는 어디서 배웠는지

도무지 스물 아홉 청년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달라도 달랐던

그에게서

며칠 전 전화가 왔다.

 

잘 살고 있노라고

여전히 잘 살고 있노라고

이국의 하늘, 흙 먼지조차 설은 남의 땅에서

꿋꿋이 잘 지내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내친 김에 얼굴 한번 박아 올려보겠다는

심사가 발동해 올려본 사진이다.

그와의 지난 시간은 분명 필설로 다 표현할 순 없겠지만

거두절미

 

어느 누가 이 반반한 얼굴 뒷편에

덕지덕지 묻어난 설움을 발견할 수 있을지...

그러나, 자세히 보니

이빨 사이...

 

거, 빨갛고... 매워 보이는 듯한

영낙없는 조선의 고춧가루... 그 게 보인다. ^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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