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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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의 나이를 넘겨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박정희 할머니를 보면
풋풋한 소녀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나이로 여든 다섯. 그러니까 화가의 나이로 치면
이제 열 다섯을 겨우 넘어선 청순 그 자체 나이인 셈이다.
그러니 소녀라는 표현이 맞다.
창영동 헌 책방 아벨에서 내게 건네 주시던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는
손에 쥐어져 펼쳐 보는 순간부터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당신의 자녀들을 위해서 동화며 손수 지어낸 이야기 등을
한 장면 한 장면 글과 그림을 동원해서 만들었다는데
60여년 전 것을 그대로 본 땄다는 것이다.
콩 심은 데, 콩이 난다고 하던가
개항지 인천의 인물을 탐구하면서
우연찮게 맞닥뜨린 분이 한 분 계신데
송암 박두성이란 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한글 초. 중. 종성에 따른 점자를 개발하신 분으로
훈맹정음의 창안자, 시각장애인의 아버지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신 그 분의 둘 째 따님이라는 말이 결코 무색하지 않은
그 가계를 보면, 콩은 분명 콩을 만드는 가 보다
근주자적(近朱者赤)이라고도 했던가
지엄하고 확연한 가르침의 도타운 따름으로
훈맹정음 창안을 도왔던 박정희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얼마 안 되는 한인 의사인
유영호 박사와 결혼해 오늘 날까지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음을
기억해내지 않을 수 없다
유영호 박사님의 현재 근황(건강)이 비록 신통치 않지만
남에게 퍼 주기 즐겨하는 속셈의 깊이는
한 통속?^^ 같다.
어짺든 박정희 할머니? 아니 여사님은
부담?(간이 붓다)의 정도를 넘어 당신의 부군이 운영하시던
'평안의원'의 간판을 과감히 내리고
'평안수채화의 집'이라는 입간판을 드디어 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층 삼층 계단 어디고 건 간에
온통 그림으로 장식?해 놓으신 데다가
꼬맹이들 한 켠에 몰아 넣고
그림을 가르치시는데...
애들이나 여사님이나 역시 한 통속? 같다 ^ ^
도시 구석구석을 떠 돌며
한 장면 한 장면 기록하는 재미 또한
한 통속임에 틀림없다.
게릴라다. 예술지상주의 기치를 든
그러나, 유목민다.
외로움과 사랑이 동시 본능인...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