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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전화기
濟 雲 堂
2007. 3. 7. 00:49
이 전화기 돼요? 사람들이 묻는다
네, 여전히 잘 돌아가고 아직 소리도 쨍쨍합니다
몇 년 된 거에요?
대략, 삼십 오년 쯤 된 것 같은데요
와~!
그 때 당시에 아버지께서 거금 일백 만원 주고 사셨다는데...
햐~ 일백 만원 씩이나 주고 사셨다구요?
네, 당시에 하얀 색 전화기는 이백 만원이 넘는다고 하시던데...
아버지 나이를 닮아 있는 우리집 목조 계단에
유물처럼 앉아 있는 전화기를 보면 불현듯
눈 끝이 희미해지고 코 끝을 뜨겁게 만드는 뭔가가
목울대 편도선 부근을 꽉 조이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아버지의 여운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명절에는
당신의 손 때가 묻어난 물건들이 더욱 창백해 보이고 있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발에 채여 나동그라졌었어도
여전히 건재한
힘찬 벨 소리를 들을 때마다
걸걸한 아버지의 육성이 오롯이 전해져 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