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부-루 나이또 요코하마
濟 雲 堂
2007. 2. 7. 00:33
길을 걷다가
담벼락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솔이끼 군락이
오래된 이 도시에 기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르르 깨닫는다.
동도 트기 전
야마테(山手) 공원 내리막길을 따라서
모토마치(元町) 시장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니,
만국공원 내리막길을 따라서
신포동 시장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니,
근대 개항이란 이름으로
푸르게 박제되어 있는
극동의 선창가
도시는 온통 횟가루 범벅이다
뒈지지 않으려고 안달했던
짐승들이 게워낸 절명의 흔적들이
고토를 뒤집어 쓴 채
따뜻한 붓질을 기다린다.
개화라는 단어를 즐겨 썼던
패권주의 역사가들에
상처받은 도시가 어디 한 둘 이겠냐마는
생채기가 많은 항구일수록
바다는 쪽빛으로 출렁였다
넘칠 듯 넘치지 않는
저 깊은 무게의 중심에
요코하마 아니, 인천 바다는
“ 그 동안 적접지역이었어요”
“ 한 동안 독재자가 득세 했드랬지요”
“ 민족 또한 달랐잖아요”
“ 먹고 살기에 급급했다잖아요”
푸른 하늘을 감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