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愛 館 劇 場
濟 雲 堂
2001. 5. 29. 10:31
백 년도 넘은 '애관'극장
새로 꾸며져 있는
나무 계단을 타고
사람들이 밀려서 나온다
암흑 속에서
세상 밖이
이렇게 밝을 줄은
미처 몰랐다는 듯이 눈살을
주름처럼 접고서 나오고 있다
언젠가는,
오래 묵은 꿈은,
세상 밖에서, 다시 세상 밖으로
또는, 안과 밖이 뒤집혀져
어느 게 현실인지를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꿈은 오랠수록 취하기 쉬운 법
문득, 팔짱을 끼고
애관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본다
낯모름이 전혀 낯설지 않았을 나의 유년에
생면부지의 어느 아저씨의 팔뚝을 붙잡고
수도 없이 들락날락 하였을 '애관' 극장
출입문.
살아오면서,
살아온 만큼만 보았고
다시 많은 문과 맞닥트려야 하겠지만
문은 어차피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을
유년기의 가슴 졸임은 이해했을까
그러므로 '애관'은
마음으로 찾아가는 극장
외로운 구 도심에서
비록 삼류로 전락해 있다하더라도
문은 어차피 통해야 하므로
다시 나무 계단을 밟고서라도
사람들은 떠밀려서 들어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