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因과 緣

濟 雲 堂 2001. 5. 10. 16:11
딱딱한 나무 등걸에
초록 빛 살갗을 지닌 잎사귀들이
신생아처럼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지나간 계절의 地毒은 얼마나 至毒스러웠는지
고개를 들어 눈을 틔우는 새싹마다
다들 두껍게 먼지를 뒤집어썼고
엉덩이에 푸르게 묻어난 몽고 반점처럼
온몸은 붉으락푸르락 멍들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껍질 채 스며들던 바람이
무거움을 부리던 짐을 잠시 내려놓은 것처럼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게 덜 따끔거리고
어느 덧 나무는
부스럼 같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몸살,
계절이 바뀔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치뤄지는 것이지만
어느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앓아 버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차마 내어 주지 못하는
그런 때가 더러 생기곤 했었습니다
유난스러웠던 지난 황사의 난무가
거침없이 한반도 전역을 휩쓸던 황하의 모래 바람이
지구 온난화를 제지했다는 모 연구기관의 발표를 보면서
참으로 알 수 없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어떤 모종의 기웃거림에 대해서
참으로 알 수 없다고 푸념해 봅니다

분명, 배후는 분명했고
절대상황은 늘 반복되는 현상이었으므로
지구는 한 해 한 해,
나이를 서럽게 먹어 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