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부치지 못한 편지

濟 雲 堂 2001. 5. 8. 19:36
아, 어느 비오는 날엔가
피치 못할 이유로 이별을 다짐해야 했던
그대의 떨리는 편지

음울한 전등 아래서 나는
너에게 답장을 쓴다
그리고 절망이라는 우표를 붙인다

김 형!
문득, 무더기로 숨을 거둬야 했던 K 시
손끝에 핏방울 맺히는
얼굴들이 떠올라야!

어두운 찻집에서
남몰래 속삭였던 이 시대의 얘기와
비록 지금은 접어둬야 할 꿈이지만
언제고 다시 만나자던 김 형!

예수가 죽은지 꼭 1984년...



부치지 못한 편지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부치지 않은... 이, 아니고 부치지 못한...
보면 볼수록 모래 같은 게 눈에 밟히는 것이
여간 거친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상황과는 조금 엇나긴 했어도
그 때의 감정이 얼마나 격해 있었는지
차마 쓸 말, 할 말 다 못하고
메타포 같은 표현들만이
가슴 한 켠을 억누르고 있는 게 역력했지요
바싹 마른 겉지를 뜯어내자 빛 바랜 속지가
빼꼼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습니다.
내용으로 보나 어디론가로 향하는 친구나 나나
서로 절박해진 상황에 대해서
단지 기다림만이 최선의 답인 걸 확인하게 되는...

조지 오웰의 1948년도 작품인
'1984년'을 실제로 겪고 있다는 착각?이 풍미했던 때인지라,
더욱이 말이나 글들도 감추면 감출수록
더욱 안전?했던 시기인지라,
편지를 읽어 내리는 동안은 내가 써 놓고도
내 자신이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여간 야속?한 게 아니었습니다

편지의 전문입니다.
그 이상으로 써 내려간 부분은 없었구요
마지막 구절인 "예수가 죽은지 꼭 1984년"에는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1984 번째였었다 라는 기억 빼고는
그 친구도 나도 세월의 더께로 주름?이 더 늘었다는 것.

우연한 발견으로 솟아나는 내심의 불꽃이었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회원 님들께 공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