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세기말 희망의 근거 1

濟 雲 堂 2001. 5. 3. 19:06
오늘 따라 유난히
느리고 길게 기차가 지나간다
옐로우 하우스 삼거리는
하루에도 몇 차례 씩
느리고 긴 시간에 익숙해져 가고

담대한 기다림이
흘러가는 동안에도
신호등은
변색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따라
느리고 긴 기차가 뱉어 놓는
기적은 메조 소프라노처럼
중저음이었다

한 량, 두 량, 세 량...
스무 번째까지 세어나갔을 때
덜커덩거리며 기차가
멈춘다. 아직은 더
세어보고 싶은 충동은 오기처럼
나머지 칸으로
눈을 떼려는 순간, 기차는
기차는 후진을 하고...

두루 마리 철판을 끝으로
셈의 시작이었을 기차의 머리에는
오렌지 색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붉은 연지,
거둬 부친 소매의 흰 팔뚝이
애오라지 잡아당기는 기적소리여!
오늘 따라,
옐로우 하우스 삼거리가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적은 없었다

** 옐로우 하우스는 인천 숭의동 삼거리에 있고 매음하는 여성들의 집단 거주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