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신포동 사람
濟 雲 堂
2000. 12. 3. 00:59
신포동 사람
구월산 유격대 출신이신 성규 아버님은
새벽에 제일 먼저 일어나
꽃게며 바지락이며 조기를
꼼꼼히 다듬어 내시느라 잠시의 쉴 틈이 없으시다
연안부두에서 실어 온 생선 궤짝들이
시장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때
구월동과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부터 도착한
화물차들은 넓게 벌린 시장통의 군데군데에
무 배추 따위를 가지런히 쌓아 놓고 있었다.
시장에서의 삶이란
게다가 바닷가에 인접한 동네의 볼품이란
왠지 비릿한 풍경들일 것이라는 상념이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지만
면면히 이어져 짊어지는 등짐들이
허름해 보이기는 매 한가지였을까
70년 째 신포동 시장통을 넘나들었다는 이인갑 할아버지는
70년 째 애관 극장에서 갖은 허드렛일을 해 오시고
70년 째 맞는 광대의 삶이 부족하셨던지
아침 일찍부터 느릿느릿 장을 보고 계신다
일그러진 주름의 꽃
35년 동안 양동이에 받아 놓은
국화꽃 할머니
물새는 밑둥만 보다가
할미꽃처럼 졸고 계시는 아침나절에는
겨울 바람도 멈추고 싶었을까
내년이면 이-마트도 완공이 되고
시장 사람들은 불안한 토끼처럼
궁지에 몰릴 것이라며 입바르게 한마디씩 늘어놓은 말이
무능한 시장 번영회 회장의 탓이라며
사람들은 아침부터 입방아를 놓고 있었다
윤흥길 선생의 "완장"에 나오는 철부지처럼
그는 단번에 매도되고 커피 자판기 앞은
금새 북새통이 되어 있었다.
이제 화상들의 채소전은 사라졌지만
중국인 2. 3세들에겐 고향 같은 신포동 시장에는
方 씨 성과 王 씨 성을 가진 몇 몇과
義 씨 성을 가진 몇 집이 백 년이 넘게 살아가고 있을 뿐
더는 늘거나 줄어들지 않은 채 주름을 키워가고 있었다
가끔은 나도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인천에서의 삶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삶
게다가 재래 시장에서의 삶이란
얼키고 삭아버리는 그물처럼 비릿해져서
세월을 무통분만 하는 것은 아니냐고
자꾸만 배가 불거져 아버지의 웃음소리로 채워지는데
얼굴은 자꾸만 이웃을 닮아가고 있는데 말이지
구월산 유격대 출신이신 성규 아버님은
새벽에 제일 먼저 일어나
꽃게며 바지락이며 조기를
꼼꼼히 다듬어 내시느라 잠시의 쉴 틈이 없으시다
연안부두에서 실어 온 생선 궤짝들이
시장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때
구월동과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부터 도착한
화물차들은 넓게 벌린 시장통의 군데군데에
무 배추 따위를 가지런히 쌓아 놓고 있었다.
시장에서의 삶이란
게다가 바닷가에 인접한 동네의 볼품이란
왠지 비릿한 풍경들일 것이라는 상념이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지만
면면히 이어져 짊어지는 등짐들이
허름해 보이기는 매 한가지였을까
70년 째 신포동 시장통을 넘나들었다는 이인갑 할아버지는
70년 째 애관 극장에서 갖은 허드렛일을 해 오시고
70년 째 맞는 광대의 삶이 부족하셨던지
아침 일찍부터 느릿느릿 장을 보고 계신다
일그러진 주름의 꽃
35년 동안 양동이에 받아 놓은
국화꽃 할머니
물새는 밑둥만 보다가
할미꽃처럼 졸고 계시는 아침나절에는
겨울 바람도 멈추고 싶었을까
내년이면 이-마트도 완공이 되고
시장 사람들은 불안한 토끼처럼
궁지에 몰릴 것이라며 입바르게 한마디씩 늘어놓은 말이
무능한 시장 번영회 회장의 탓이라며
사람들은 아침부터 입방아를 놓고 있었다
윤흥길 선생의 "완장"에 나오는 철부지처럼
그는 단번에 매도되고 커피 자판기 앞은
금새 북새통이 되어 있었다.
이제 화상들의 채소전은 사라졌지만
중국인 2. 3세들에겐 고향 같은 신포동 시장에는
方 씨 성과 王 씨 성을 가진 몇 몇과
義 씨 성을 가진 몇 집이 백 년이 넘게 살아가고 있을 뿐
더는 늘거나 줄어들지 않은 채 주름을 키워가고 있었다
가끔은 나도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인천에서의 삶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삶
게다가 재래 시장에서의 삶이란
얼키고 삭아버리는 그물처럼 비릿해져서
세월을 무통분만 하는 것은 아니냐고
자꾸만 배가 불거져 아버지의 웃음소리로 채워지는데
얼굴은 자꾸만 이웃을 닮아가고 있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