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오늘은, 쌍 팔 년도 그 밤처럼 별이되어 흐르거라

濟 雲 堂 2003. 1. 14. 10:03
오늘은, 쌍 팔 년도 그 밤처럼별이 되어 흐르거라너희가세상의 문을 두드리고어머니 자궁 안으로 스며드는처음 빛을 보았을 때한반도 주먹만한 땅덩어리에서는유사이래 처음,온 세상의 나라들이올림픽의 축포를 쏘아 올리며함께 기뻐하였던 때였다.너희가머리를 디밀고주먹만한 가슴으로 뚫고 나온 세상은적어도 축제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평화의 마당을 가꾸는 맥박들이뜨겁게, 뜨겁게 타올랐을진저이미 우리는 나라였으되독립과 주권을 가진 나라였으되속 알맹이 다 내주고껍데기만 남아민주주의,참 세상으로 걸어가는 길은험난하고 또 험난하였었다쌍 팔 년도1988년 생.신 효 순. 심 미 선.십 사 년 성상은 그렇게 흘러갔을 거고너희들의 나이에도험한 세월들이 켜켜로 묻어 났을까?선생님,시도 때도 없이 번개 치듯천둥 치듯 몰고 다니는 미군들 장갑차가 시끄러워서도저히 공부가 안 돼요선생님,옆집 언니의 자궁에는 우산대가 꽂혀 있었다 했구요몇 년 전에는 어느 아줌마 거시기에코카콜라 병이 거꾸로 박혀 있었다지요?꽃만큼이나 곱디고운대한 민국의 어린 벗들이 내뱉는질곡의 순간들이여!그렇다!나도 보았고 너희도 함께 보았었다백색의 인광이 무차별하게 흐르는 조국의 현실을 딛고세상의 참 빛을 보았던 그 때처럼,분노와 저주와 무력함이 난무하는 게 아니라사랑과 희망 그리고 평화를 줏대 있게 노래하는너희들의 나라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라고 말했던그 때처럼.나는오늘또 다시다시는,혓바닥 깨물며 다짐했던이 십 년 전대갈팍 깨지도록 두들겨 맞다가 보았던 그 별세상이 제 몸을 뒤틀어 짜다가, 흘린 눈물이 별이 된 그 별을나는 오늘도 보고야 말았다동인천에서, 부평에서, 아아 광화문에서한줄기 촛불이 거대하게 불타오르는 별을 다시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토끼 새끼처럼, 먼지 나는 운동장을 뛰어다녔을너희의 종아리 근육은여린 살갗 밖으로 터져 나와길섶의 흙더미가 되었구나!여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며힘없고 보잘것없는 약자를 위해 희망을 품었던너희의 뇌수는검게 식어 가는 아스팔트 위에흩뿌려 내동댕이쳐져 있었구나!무차별로 짓밟고 다니는 무한궤도 아래에 깔린너희의 거룩한 주검이비닐 한 장으로 덮여져 있었구나!아아,씨발 놈들이좃 같은 새끼들이팍스 아메리카나나 외치고 다니는 싸가지 없는 놈들이세계의 중심이라고 떠드는 깡패 놈들이저의 나라 외의 백성 보기를 창녀쯤으로 여기는 건달들이너희를 짓뭉개버렸구나대한민국의 딸 효순이 미선이를 비명에 가게 했구나한반도 땅 덩어리를 갈갈이 찢어 놓았구나효순아 미선아,조국의 꿈은 너희들이 두고 간빈 책상 위에서불꽃처럼 산화 할 것이로다깔깔거리며 웃음을 나르던 책가방소담스럽게 거닐던비좁은 길은 성지가 될 것이다효순아 미선아,너희들의 죽음이기어코 저 못된 놈들이 만들어 놓은SOFA.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을 바꿔 놓을 것이다아니, 정의를 정의라 하고평화를 평화라고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세상을 만들어낼 것이다분명코 말이다.효순아 미선아오늘은,쌍 팔 년도너희들의 탄생이 빛이었듯이너희들의 죽음 또한 별이 되거라힘없고 가난한 조국의 별이 되거라
밤의 대화 :: 이종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