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만석 부두에서

濟 雲 堂 2000. 10. 18. 19:56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고
등 푸른 추억을
한 점 떼어먹는다

인천 앞 바다가
한 덩어리 깊이 패여 나간다

삶에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수많은 입술들이 닿은
뚝배기에서
김 트리오가 부른 "연안부두 떠나ㅡ는 배야"가 흘러나온다

"떠나ㅡ는 배야"
나의 뼈마디 울리도록 들리는 이별가는
목젓을 안으로 밀어 넣고
삶에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노래가 썰물처럼 밀려 나간다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신다
앞가슴으로 하얗게 무너져 내린다
속 까맣게 타버린 갯벌만 남아
노랑 부리 백로의 느린 보행이 자꾸만 그리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