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너를 위하여

濟 雲 堂 2000. 10. 11. 11:16


드넓은 바다를 차 오르며
이글거리듯 불을 뿜어내고
높은 산도 제압하고
일렁이는 구름 또한 잠재우고
이끼 낀 강물을 붉게 만들어 버리는
태양과 같은,
그런 눈빛을 가진 영혼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
나의 중심에도 자궁이 있어
길 밖의 길에서
나의 영혼을 더듬으며 핥아 내는
수많은 애욕들이 서성거린다. 오늘은,
나는 숯이 된다. 새까만,
기다림으로 되고 만다

그가 숨을 불어넣어 생명을 돋게 하는 것은 없어도
보이지 않던 게 보이게 되고
고개 뻣뻣하게 드러나던 것들이 이내 사그라지고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로 제 살을 사르는 희망의 노랫가락들
비가 내림을 하늘의 비밀이라고 말할 줄 알고
사랑은 너로 향하는 뜨거운 내림굿이라 말할 줄 알고
생명이 다 해감을 새로운 삶에 대한 체험이라고 말할 줄 아는
그런 얼굴을 가진 영혼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
세상이란 주변부에 아랑곳하지 않아
제 가슴을 뜯어먹고 다시 제 가슴을 만들어 내는
수없이 많은 최후의 기억들이 이어진다. 오늘은,
나는 숯이 되고 싶다. 검붉게 타오르는
하얀 숯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