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안부, 가을의 좌석은 매진

濟 雲 堂 2000. 9. 21. 11:08


솥 단지를 뒤집어 놓은 듯 깜깜하고 둥그런 하늘에
별들이 한껏 빛을 틔우고 있습니다.
참깨를 볶듯이 탁탁 튀기는 별들의 재잘거림에 닫힌 귓밥이 열리고
지구의 거대한 자전의 굉음에 자칫 느끼지 못했던 가슴들
숨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이 겨우 들릴만 하고
흐릿해 보였던 일상의 눈가림들도 비로서 제 안식의 시간을 찾아
어두운 빛깔을 덮고 있을 무렵,
어둠 속에 뒤척임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만 합니다.

나무가 사각형의 건물처럼 뻗대고 덧칠한 회 냄세 일색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부터 구린내를 풍기기 시작하는 은행나무들이 암수한몸의 비장함으로 영글어, 세상아! 지상 최후의 통첩 같은 종말의 향기를 맡으라! 나의 사라짐으로 너희 망막 안에 가둬 놓은 절망의 눈물을 흘려라! 합니다.

지난여름 안식의 정점을 차지했던 산과 들과 계곡 그리고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부터의 피안이었던 익명의 거처. 수 없는 내가 흩뿌리고 다녀왔을 소위 비장의 도처는, 수 없는 '나'들의 서러움과 고독함과 외로움이 심어져 한 때의 호사스러운 흔적을 이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가오는 매 순간들이 과거로 이행하는 가운데 마음 한켠에서는 안타까움과 실의를 딛고 일어서는 존재의 싹이 우리를 희망의 바다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발버둥치며 들어올린 뒤꿈치 너머 저편의 삶이 무엇일까 하는 기대감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사람의 강은 흐르고 또 흐릅니다.
우리 밤의 대화 님들의 강은 어디쯤 왔을까? 수표는 어디쯤 찼을까? 따뜻할까?
아니면 가슴을 쥐어 짜내 냉냉해진 세월의 강을 만들어 어느 누구의 입수조차 거부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안부를 묻습니다. 저요? 바다를 보고 있습니다.
날 마다 황금빛 하나 가득 흩뿌려대는 황해를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