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담배에 대한 몇 가지 생각 1

濟 雲 堂 2002. 8. 31. 17:17
얼마 전부터 지인들의 괜한 눈빛이 삼복 날 모래밭을맨발로 밟는 것처럼 따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만나는 사람들마다 족족담배를 피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운을,내 귀 고막 여리고 여린 달팽이관 안으로은근히 쑤셔 넣는 것이었다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던 궐련(담배 잎을 말아서 만든 것)의혹연(혹독한 연기)에 혼절이 난 열 여섯의 어린 학동은밀려오는 현기증과 구토증을 떨굴 수 없어아무도 없는 옥상 바닥으로 그냥 고꾸라지고 말았다아버지 이름으로 들어온 선물 가운데 하나였던 궐련그 중의 하나를 슬쩍 호주머니에 넣어서모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난생 처음으로 피워본 것이담배에 대한 나의 첫 경험이다첫 경험이 별로 유쾌한 것은 못 되었으므로이후로 담배를 멀리하게 됐고 담배라는 소리만 들어도겁나 했음은 물론, 이를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였던 시기가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이어지게 된다내게 있어서 고등학교 2학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장래를 결정해야 했고 이과를 갈 것이냐문과를 갈 것이냐에 대한 갈등이 깊었던 때이기도 했다그러던 어느 날인가우연히 '공초' 오상순 선생의 시집을 읽으려는데첫 페이지의 전면을 장식하는 선생의 담배 피우는모습을 보고는 내 머리 속에서 사라졌으리라생각되었던 담배에 대한 호기심이솟구쳐 오르는 것은 느끼게 되었다당장에 실행해 옮겼다미간을 일그러뜨리고볼때기가 볼록 들어갈 정도로 깊이 빨아들였다담배가 거의 다 타들어 갈 무렵에는나도 마치 공초 선생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실제로 선생은 지독한 애연가로서 꽁초라는 호를한자로 옮기면서 '공초'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어쨌거나 현재에 나는곁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담배를 피우고 있는 셈이다며칠 전에 잠시 외국 나갈 일이 있어서 장시간의 비행에서피울 수 없음 때문에 흡연장소로 달려가서는두 개비의 담배를 연실 빨아 대기도 했었다몇몇 공항에서는 거의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할 정도로후미진 곳에 흡연장소가 설치되어 있어서옴팡질 정도로 걸어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어떤 공항에서는 대기실 바로 코앞에 있는 곳도 있지만역시 죄인들처럼 숨어서(?) 피우기는 매 한가지였다하긴 8년 전까지 만도 비행기 기내의 맨 구석 자리가흡연석이었던 것을 보면많이 좋아지긴(?)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요즘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서마음의 갈등을 겪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나를 아는 많은 지인들이 들으면무척이나 의아해 하겠지만 솔직히 그렇다.어떤 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나를 아는, 아주 잘 아는 이가 말했다이 형! 담배는 다 좋은데 딱 한가지가 나빠요.그 한 가지가 뭔지 알아요?그 게 바로 '백해무익'하다는 거요!
밤의 대화 :: 이종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