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고 양 이

濟 雲 堂 2002. 8. 31. 17:11
소란을 피우며 지붕을 뛰어다니던장터의 작은 무법자 한 마리가자판기 앞에 모로 누워 있었다불꺼진 저자거리의냉기를 피해서 왔는지아니면, 저의 어두운 세계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털 많은 장난감처럼 빳빳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나 부탁 받은 "고양이를 부탁해"는개봉 일주일만에 끝나버린 후였다영화의 처음과 끝모든 장면들이 인천에서 촬영됐다고 호들갑을 떨던관객의 들뜬 마음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야성으로 돌아간 고양이 한 마리였던 것이다며칠 전에 시장의 음부에 은밀히 감춰둔'쥐 잡이 킬러' 끈끈이에새앙 쥐 두 마리가 엉겨붙은 채 발견됐다세월이 갈 수록에 줄어든다는 김장먹을 것 보다 버릴 게 많아진 쓰레기 봉투를갈가리 찢어 놓는 것은 고양이라며'고양이 잡이 킬러' 끈끈이라고 은근히 개명을 바랐던국밥 집 아주머니들에게쥐보다 더 많이 눈에 띄는 애물단지였다. 고양이는그런 "고양이를 부탁..."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장터의 작은 무법자는버림받은 채 완전히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밤의 대화 :: 이종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