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롭다.외롭다고 써 보내주신당신의 짤막한 편지함께 산다는 것만으로도끈적거리는 지상의 경계에서이제는 외로움을 참을 수 없다고더는 외로워 못 살겠다고 써 보내주신푸른 기억을 흡수하는길다란 나무의자에 앉은 노인처럼얼룩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햇살을 보며우리의 세월도, 젊음도그렇게 묻어서 낡아 가는 건 아닌지한 때는눈물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세월에꿈틀거리는, 살아서 움직이는 것만 보아도금새 마른 가슴은 먹물로 채워지고가만히 정지해 있는 사물마다온통 마음을 그려 넣던 것은지난 세기의 초상들일 뿐이었다자유공원에 오르면 오를 수록에우리는 점점 자유와 멀어지고 있다는 떨떠름함이나를 또는 당신의 정체를 분해하고 만다野鳥舍(야조사)가 새우리란 이름으로 격하되고야생을 담아내던 새들의 은신처가자그마한 새집으로 전락해버린 자유공원에서이미 우리를 닮아버린 영혼들이 피둥피둥무표정으로 집을 지키고 있을 뿐무릎께로 낙엽이 진다기고 온몸으로 포복하던 청년의 상처 위에낙엽이 착 달라붙는다외롭고 흉가 진 것들이 서투르게서로를 애무하고 있는 것이다밤의 대화 :: 이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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